요양원 점심시간은 매번 크고 작은 해프닝으로 가득하지만, 그날은 특히 더 기억에 남을 사건이 벌어졌다. 동시니 어르신의 딸이 면회를 오면서 작은 반찬통에 고사리나물을 가져왔다. 딸의 정성이 담긴 그 고사리나물은 동시니 어르신의 눈에서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 "이걸 냉장고에 넣어 두고 식사 때마다 조금씩 주세요." 그렇게 부탁하신 어르신은 매 끼니 작은 접시에 담긴 고사리나물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 접시는 마치 보물상자와도 같았고, 동시니 어르신은 그 위에 손바닥을 얹어 감싸며 다른 할머니들의 시선을 단호하게 막아섰다. "이건 내 거야. 아무도 손대지 마라."
하지만 요양원 생활이란 언제나 예측불허다. 동시니 어르신의 정성스러운 방어도 성나니 할머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성나니 할머니는 큰 체구와 당당한 성격을 가진 분으로, 고사리나물이 담긴 접시를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같이 먹어야지, 왜 너 혼자만 고사리냐?" 성나니 할머니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을 때, 동시니 어르신의 방어벽은 즉각 발동했다. "건들지 마라!" 한 손이 내려치며 고사리 접시를 사수하려는 그 모습은 마치 중요한 전투를 치르는 장수와 같았다.
성나니 할머니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게 뭐라고 혼자만 먹으려고 하냐!"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요양원 식당은 금세 전장으로 변했다. 나머지 어르신들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싸움의 전개를 지켜보았다. 고사리나물이 배경이 된 미니 드라마가 펼쳐지는 동안, 방어와 공격 사이의 날카로운 눈빛 교환이 이루어졌다.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성나니 할머니의 손이 다시 접시에 닿으려 하자 동시니 어르신이 강하게 잡아당기는 순간, 접시 위의 고사리나물은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마치 느린 슬로우 모션처럼 고사리 줄기들이 허공에서 빙그르르 돌며 날아다녔고, 그 장면은 마치 영화 속 명장면처럼 생생했다. 고사리나물이 땅에 떨어지기 전, 할머니들의 시선은 여전히 공중에 떠도는 잔해를 쫓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고사리나물은 바닥과 식탁 위에 뿌려져 있었고, 동시니 어르신은 허탈한 표정으로 접시에 남은 몇 가닥의 고사리를 바라보았다. 성나니 할머니 역시 손에 묻은 고사리를 털어내며 씁쓸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그날의 고사리나물은 두 사람의 치열한 전투 끝에 아무도 차지하지 못한 채 요양원의 바닥 위에 처참하게 널브러졌다. 정작 식사를 담은 식판이 도착해서 식사를 해야 했지만, 이미 싸움의 여파로 모두가 지쳐 있었다.
이 작은 해프닝은 요양원의 일상 속에서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남겼다. 그 작은 반찬 하나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서로를 대립하게 만드는 모습은 우습지만 어딘가 짠했다. 결국 그날의 고사리나물은 누구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고사리의 잔해는 바닥과 식탁 위에서 조용히 식사를 지켜보며 사라졌다. 누구나 사소한 것 하나에 마음을 쏟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작은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날 우리는 옷에 묻은 똥치우기처럼 식탁 바닥과 거실 주변 의자, 어르신들의 옷을 벗겨서 씻기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일들로 오후 내내 푸념을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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