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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92화. 나이와 더불어 새로이 살다(잡편 측양)

간천(澗泉) naganchun 2010. 1. 5. 07:11

 

제92화. 나이와 더불어 새로이 살다(잡편 측양)

 

  장자가 혜시에게 말하였다.

“저 공자 같은 성인은 나이 예순이 될 때까지 예순 번이나 생각을 고쳤다고 하네. 처음 옳다고 믿었던 일도 뒤에 잘못임을 깨달아 고치고, 나이와 더불어 새로이 살아갔네. 지금 우리들이 옳다고 믿고 있는 일도 일찍이 공자가 그랬던 것처럼 역시 잘못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네.”

  장자는 공자의 인물의 위대함을 칭찬하여 은연중에 편협한 논리학자인 혜시를 반성시키려 하는데, 혜시는 뻔뻔스레 대답하여 말하기를

“그야 공자가 자기의 뜻을 이룩하기 위하여 쉴 새 없이 노력하여 학문을 깊게 하려고 힘쓴 때문이지.”라고 말하여 반성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장자가 말하였다.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군 그래. 공자는 그런 의식적인 노력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네. ‘사람의 능력은 원래가 도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이 영묘한 천부의 성품으로 되돌아가서 무심히 살아간다면, 말과 행동은 자연 바르게 되는 것이다.’ 고 한 그의 말이 무엇보다 그의 생활방법을 잘 보여주고 있네. 새삼스럽게 정의가 어떠니 이해가 어떠니 떠들어대고, 무엇이 좋으니 나쁘니 하며 옥신각신하는 사람들의 의론은 결국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하네. 그러나 무심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다 대립의식을 잃고 마네. 이래야만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진리가 확립되는 것이네. 우리는 도저히 공자를 미치지는 못하네.”

 

  중언을 써서 공자의 만년의 심경을 화제로 하는 장자와 혜시와의 문답을 보여 준다. 여기서 공자의 심경을 해석하기를 인위적 노력의 성과라고 이해하는 것은 혜시의 입장이고, 무위자연의 도의 실현이라고 보는 것은 장자의 입장이다. 공자가 말한 것으로 이야기 되는 “사람의 능력은 원래가 도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이 영묘한 천부의 성품으로 되돌아가서 무심히 살아간다면, 말과 행동은 자연 바르게 되는 것이다.”란 말은 중언을 써서 마치 공자가 도가연한 발언을 한 것으로 말하고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