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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보따리/일화 보따리

노승과 산적

간천(澗泉) naganchun 2016. 8. 19. 05:01




노승과 산적

 

옛날 어떤 노승이 산마루 바위에 앉아 선정의 맛을 즐기고 있는데 그곳을 자나던 산적이 그 모습을 보고 트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자칭 <산중의 왕>이라는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가진 것이 없으면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하련만 그냥 태연히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것이 꼭 자기를 무시하는 듯싶어 부리는 트집이었다.

영감은 거기 앉아서 무얼 하는가?”

부처님을 찾고 있다네.”

뭐 부처를.”

산적은 금부처 하나를 얻을 수 있나 하고 잘만하면 오늘 수입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 그 부처가 어디 있는가?”

그야 내 마음 속에 있지.”

정말 영감 마음속에 부처가 들었단 말인가?”

암 그렇고말고.”

그렇다면 영감 마음속에 있는 부처를 내 앞에 내놓아라.” 하며 눈알을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부처를 내놓지 않으면 칼로 목을 쳐서라도 가져가겠다는 심사이다.

노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정 부처를 보겠다면 내 보여주마.”

그러면 그렇지 제 깐 놈이 안 내놓고 배겨.” 하면서 산적은 노스님을 노려보았다.

그럼 내 먼저 한 가지만 물어보겠네.”

그래 물어보아라.”

지금 그대 옆에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가?” 엉뚱한 질문이다.

아 이거야 벚나무 아닌가?”

그것이 진정 벚나무란 말인가?”

그렇다 이 영감탱이야.”

그렇다면 자네 그 칼을 내게 좀 빌려주게나. 벚나무라 했으니 그 속에 벚꽃이 들어있는지 확인해 보겠네.”

아니 이 땡초가 벚나무를 자른다고 그 속에서 어찌 벚꽃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벚꽃은 봄이 와야 피어나는 것이지.”

그래그래 자네 말이 맞네. 벚나무 가지를 잘라서 벚꽃을 찾아낼 수 없듯이 지금 내마음속에 부처가 들어 있다 하여 그대가 나를 잘라 봐도 부처는 찾을 수 없는 것일세.”

이에 산적은 크게 깨우침을 얻고 바로 무릎을 꿇고 참회한 뒤 출가를 서원하여 수도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