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과 풍수의 힘으로 영생을 꿈꾼 서태후
지난 7월 중순, 중국 청동릉(淸東陵)에 있는 서태후(자희태후·1835~1908) 무덤을 답사했다. 청동릉은 베이징 동북쪽 100㎞ 거리에 있는 청나라 황족들의 떼무덤이다. 서태후는 48년간 권력을 독점하면서 제국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서태후의 무덤을 답사한 것은 그녀가 보석과 풍수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인 현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32세 때인 1866년 서태후는 자신의 무덤 자리를 찾을 것을 명한다.
이듬해 자리가 정해지고 이에 대한 풍수 보고서가 제출된다. 그 가운데 '산세존엄(山勢尊嚴) 금성원정(金星圓頂) 결성돌혈(結成突穴)'이란 열두 글자가 핵심이다. '산세존엄'에서 존엄이란 북한 최고 통치자를 존엄이라 표현함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될 것이다. 금성이란 오행(五行) 가운데 쇠[金]를 의미한다. 쇠처럼 강한 지도자이면서도 그 덕성은 원만하고 후덕하다는 '금성원정'이다. '결성돌혈(結成突穴·돌혈을 이루었다)'에서 돌혈이란 혈처(穴處·무덤이 들어설 곳)의 모습을 말한다. 지맥이 푹 꺼졌다가 치솟아 오르면서 마치 용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 즉 비룡승천(飛龍升天)을 뜻한다. 용은 황제를 상징한다. 태후 신분이되 황제로 군림하겠다는 의도이다. 서태후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해주는 땅이다. 보고서를 본 그녀는 현장에 직접 가보고 "만년 동안 지속될 길지(만년길양·萬年吉壤)"라며 좋아한다.
이후 1908년 그녀가 죽을 때까지 40년 동안 그녀의 지하 궁궐이 조성된다.그런데 서태후의 무덤과 보석은 무슨 관계일까? 그녀의 보석 사랑은 동서고금 그 어떤 황후보다도 집요했다. 생전에 모은 보석 모두를 무덤으로 가져갔다. 이성무(李成武)가 남긴 '서태후 무덤에 묻은 보석 목록(자희장보도기·慈禧葬寶圖記)'이 종류·수량·가격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당시 청나라가 지고 있던 빚을 다 갚고도 남을 가치였다.그녀가 이렇게 풍수와 보석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보석과 풍수의 기운을 통해 영원히 썩지 않는 사후의 삶, 즉 영생(永生)을 얻고자 함이다. 보석 가운데 최고는 야광주(夜光珠)였다. 밤에도 스스로 빛을 내는데, 더위와 추위를 잊게 하며 죽은 자가 입에 물고 있으면 시신이 영원히 썩지 않는다고 한다. 소원대로 죽은 그녀의 입에 야광주가 넣어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 후(1928년) 군자금이 필요했던 군단장 손전영이 이곳을 도굴한다. 야광주를 빼내기 위해 서태후의 입을 찢었다(얼마 후 장개석의 부인 송미령에게 전해졌으나 이후 야광주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심지어 음부에 넣었던 보석들도 군인들로 하여금 모두 빼내게 하였다. 이 때문에 그녀는 군인들에게 시간(屍姦·시체 강간)을 당했다는 치욕적인 오명을 뒤집어쓴다.천년 동안 시신을 썩지 않게 하는 보석들로 치장되어 만년 동안 영속될 길지에 안장된 그녀의 무덤이었다.
그러나 중국 역사상 권력자 무덤이 도굴당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부자가 되려면 도굴을 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도굴의 역사는 길며, 도굴을 위한 전문 기술이 발달했다.서태후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었다. 언젠가 그 대비책을 물었다. 시종이 "능침을 영원히 보전하려면 부장품을 적게 넣는 박장(薄葬)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아뢴다. 대청제국이 영속할 것이라 확신한 그녀는 "박장을 한 채 지하 궁궐로 간다면 대청제국의 체통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영원한 제국'은 그녀가 죽은 지 3년 뒤인 1911년 사라진다. 권력에 취해 충신의 간언을 듣지 않고 풍수와 보석만 믿었던 통치자가 사후에 겪을 예정된 운명이었다.(2016 8. 14 조선닷컴)
[출처]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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