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은 잘난 놈의 밥이니라
내가 어릴 적에 집안 할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못난 놈은 잘난 놈의 밥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못난 사람이 되지 말라고 훈육하셨다.
‘잘난 사람’은 무엇이며 ‘못난 사람’은 무엇인가?
원래 사람은 평등하여서 잘나고 못났다는 말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은 권력을 잡거나 부를 이루거나 인기를 모아 세력을 가지거나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곧 소위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으니 전자는 잘난 사람이고 후자는 못난 사람일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옛날 윗동네와 아랫동네에 두 농부가 살았는데, 여름 한 철 고구마를 가꾸어서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였다가 겨울이 되면 시장에 내놓고 팔았다. 그런데 윗동네 농부는 고구마를 따뜻하게 찌어서 보자기에 싸서 시장에서 팔았다. 그 농부는 그날 모두 팔려서 기분 좋게 돌아왔다. 그런데 아랫동네 농부는 날고구마를 그대로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팔았다. 그런데 그 농부는 절반도 팔지 못하고 다시 짐을 지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두 농부는 만나서 오늘 장사 결과를 따져 보았다. 아랫동네 농부는 윗동네 농부가 고구마를 찌어서 팔았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럴 것을 하고 후회하였다. 다음 봄이 되어서 이번에는 무를 시장에 나가서 팔았다. 윗동네 농부는 날 무를 가지고 가서 팔아서 모두 팔렸다. 그런데 아랫동네 농부는 겨울에 고구마를 찌고 가서 팔았다는 말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무를 찌어서 나가 팔았다.
찌어서 익힌 무를 누가 살 것인가. 하나도 팔지 못하고 다시 짊어지고 돌아왔다.
이 두 농부 중에 틀림없이 윗동네 농부는 잘났고, 아랫동네 농부는 못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명한 자는 잘난 놈이고 우둔한 자는 못난 놈이라 할 수 있다.
현명하다는 사람이 악의를 품고 우둔한 사람을 유혹한다면 우둔한 사람은 곧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현명하다고 해서 모두 선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우둔한 사람일수록 선한 사람이 많다.
할아버지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남에게 속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라는 말이겠지만 고집스럽게 이 말만 믿고 있다가는 살아날 수가 없는 시대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자신의 능력을 다양하게 길러서 적절히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못난 짓을 해서 남에게 해를 받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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