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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격투기> 동영상을 보며

간천(澗泉) naganchun 2024. 11. 11. 03:05

<격투기> 동영상을 보며

 

 

 

우연히 유투브에서 <격투기>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몇 차례 관전을 하다보니 상대끼리 신체가 접촉되는 스포츠로 씨름, 레슬링, 복싱과 달라서 룰은 잘 모르지만 누가 잘하는지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선수는 주먹과 발로만 상대를 공격하여 때려눕히는 과정에서 피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링 바닥이 피로 물들기도 하는 처참한 광경을 연출한다. 심약한 사람은 관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 저 사람은 이렇게 사람을 치고 피를 흘리게 하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직업이란 그 수많은 것 중에서 선택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든,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든 그 뒤에 다양한 사연과 애환이 담겨 있다. 다양한 직업이 있겠지만, 그 직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직업을 가지는 데 따르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특정한 사람들만을 상대하는 직업이 있다. 이 부류의 대표적인 예로 의사와 법조인을 들 수 있다. 의사는 흔히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지만, 실제로는 오직 병자만을 상대하며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따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의사의 실수에 대해 강한 원망을 품게 되고, 이는 의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법조인, 즉 검사, 판사, 변호사도 비슷하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법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상대하며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에게 원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검사는 유죄 판결을 통해 범죄자를 단죄하지만, 이로 인하여 평생 원한을 받기도 한다. 판사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없는 판결이 내려지면 그 역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변호사 또한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패소할 경우 의뢰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특정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들은 사회적 기대와 책임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반면, 모든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교사를 들 수 있다. 교사는 주로 어린 학생들과 미숙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며,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지만, 모든 학생이 훗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성장 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이 실패하게 되면 그 학생을 가르친 교사로서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교사로서의 애환이기도 하다.

 

사람을 직접 상대하지 아니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직업도 있다. 그중 농부가 대표적이다. 농부는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 식량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많은 사람이 농부의 노고로 인하여 안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농부의 삶은 많은 희생과 고난을 동반한다. 날씨와 자연 조건에 따라 수확량이 좌우되며,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수확이 불안정한 해에는 생계 유지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의 애환은 외면받기 쉽다. 농부의 수고가 없다면 우리 일상에 커다란 어려움이 발생할 텐데도, 그 가치는 쉽게 간과되곤 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양한 직업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책임에는 각기 다른 애환과 어려움이 존재한다. 격투기 선수 역시, 그들이 가진 직업적 의미와 애환이 있을 것이다.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그들 역시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관객으로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하는 큰일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직업은 나름대로의 애환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실수로 인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원망을 사지 않는다면 다 좋은 직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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