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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52화. 천뢰(天藾)에 들어라(내편 제물론)

간천(澗泉) naganchun 2009. 9. 20. 04:44

 

제52화. 천뢰(天藾)에 들어라(내편 제물론)

 

  남곽자기(南郭子綦)라는 사나이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다. 이따금 하늘을 우러러 탄식을 하면서 “그 짝을 잃은 듯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상대를 잃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아마도 절대의 세계에 들어가서 상대를 잃은 것일 것이다. 거기에 안성자유(顔成子游)라는 사나이가 찾아왔다. 그래서 “선생께서의 오늘의 모습은 시든 나무와 같고, 마음은 죽은 재와 같습니다. 여느 때와는 모습이 다른데, 어떤 일이십니까?” 하고 물으니 남곽자기는 “아니다, 실은 오늘은 내가 나를 잃고 있었다. 말하자면 무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유에게 간절히 가르치는 것이다.

 

“너희들은 늘 인뢰(人藾)를 듣고 있으나, 아직 지뢰(地藾)는 들은 일이 없다. 아니 지뢰는 듣고 있는지 모르나, 또 천뢰는 들은 일이 없다. 인뢰란 피리나 퉁소, 이것은 하나의 울리는 물건이다. 이것은 너희들도 듣고 있다. 지뢰란 바람에 의하여 일어나는 천지의 울림이다. 저기 나뭇가지가 운다. 저 소리이다.”라고 말하고 논의를 진행한다.

 

“자아, 지금 귀를 맑게 하여 보는 것이 좋다. 저기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 저쪽에 번쩍번쩍 나뭇잎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하고 쓰기 시작하여 지뢰의 설명을 하는데, “나무 안에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에 바람이 부닥치면 여러 가지 소리가 난다. 바람에게 물어보면 이것은 내가 내는 소리라고 한다. 구멍에게 물어보면 이것은 내가 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엇이 이 바람을 일으키고, 무엇이 이 나무의 구멍에 부딪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한번 생각해보면 참 지배자-진재(眞宰)라 하고 있다.-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을 생각해 두는 것이 곧 천뢰를 듣는 것이다.”라고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문장에 “땅이 토해내는 숨결을 바람이라 한다. 바람이 일지 않으면 별일 없지만, 일게 되면, 땅 위의 모든 구멍들은 소리를 내게 된다. 너는 혼자서 긴 바람 소리를 듣지 못했느냐?” 자유가 물어 말하기를 “지뢰는 뭇 구멍이 그것이요, 인뢰는 비죽이 그것인데, 천뢰는 무엇입니까?" 하자, 자기가 말하기를 “천차만별의 사물에 작용하여 스스로 소리 내게 한다. 모두 스스로 취하지만, 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라고 말하고 있다. “지구의 하품이 바람이 된다. 그 바람이 나무 구멍에 부딪쳐 소리를 내는 것이 지뢰인데, 그 지뢰의 노하는 소리를 낳게 하는 주동자는 누구인가. 그것이 천뢰이고 대자연의 소리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들은 행동을 한다. 그래서 그것은 자신이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실은 자신이 아니다. 주위의 사정이라든지, 시세의 영향이라든지 혹은 종래의 교육의 힘 등 가지가지의 것에 의하여 지배되어 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평소 자유의사로 행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실은 자신의 자유의사가 아닌지 모른다. 이미 자유의사가 없는 것이라면 인간의 행동에 대하여 옳음과 그름, 가함과 불가함의 논의를 하는 것은 틀린 것인지 모른다.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장자의 의견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