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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53화. 그림자와 망량(罔兩)의 문답(내편 제물론)

간천(澗泉) naganchun 2009. 9. 22. 04:44

 

제53화. 그림자와 망량(罔兩)의 문답(내편 제물론)

 

   최후로 장자는 인간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의 옆에 있는 엷은 그림자와의 문답을 말하고 있다. 엷은 그림자를 망량이라고 하는데, 그 망량이 그림자에게 질문한다. “먼저 너는 걷는 것 같더니 지금은 멈추고 있다. 먼저 너는 앉아있는가 했더니 지금은 서 있다. 앉았다가 섰다가 참으로 절조가 없는 자가 아닌가?” 하고 말한다. 그러자 이에 대하여 그림자가 대답한다. “실은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사람의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섰다가 앉았다가 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림자인 나는 앉았다가 섰다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미 이 그림자가 섰다가 앉았다가 하니까, 그에 따라서 망량도 또 섰다가 앉았다가 하는 것인데, 망량은 그에 대해서는 눈치를 채지 못한다.

 

   이에 그림자가 망량에게 대답하여 말하기는 “아니다. 실은 나도 하는 수 없다. 무엇인가에 의하여 이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곧 사람), 이것도 또 무엇인가가 시키는 모양이다. 곧 밖의 누군가가 너는 앉으라 하니까 사람은 앉고, 너는 서라 하니까 서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또 하나 생각해보면 그  앉아라 서라 하는 그것(사람)도 또 무엇인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최후에는 결국 대자연이라는 것이 있어서 모든 것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하여 망량을 깨우친다. 그리고 맨 끝으로 “나는 뱀의 비늘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인가, 매미의 날개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그렇고 그렇지 않은 까닭을 알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뱀은 비늘이 있기 때문에 걸을 수 있다. 비늘에 의해서 뱀은 움직인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뱀이 없으면 비늘이 움직일 턱이 없으므로 비늘은 뱀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하는지 모른다. 뱀이 비늘에 의하여 움직이는지, 비늘이 뱀에 의하여 움직이는지,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매미는 날개에 의하여 난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날개는 매미가 없으면 날지도 못한다. 이것도 어디가 어디인지 모른다. 결국 세상에서 논의한다. 착함과 악함을 논한다고 하지만 선하다는 것이 참 선한 것인지, 악하다는 것이 참 악한 것인지, 가함이 가한 것인지, 불가함이 불가한 것인지 그 판단을 할 수 없다. 결국 가하고 불가함은 일관된 것이라는 것에 의하여 그 논의를 맺으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