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39) 시간에 대한 감각
기분이 좋을 때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만 같다. 그러나 어떤 때는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은데 시계를 보고 보고 또 봐도 몇 분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자기의 기분에 따라 혹은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시간은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참 주관적이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 가능한 정량적 척도인데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시간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고 지루하고, 어떤 때는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이 느껴져서 아쉬워한다.
시간이란 참 제멋대로이다. 시간에 대한 감각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과학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관심은 많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생각할 때면 나는 지루할 때는 시간이 더딘 것처럼 느껴지고, 재미있을 때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듯한 그런 느낌을 말하는 것인가 하고 혼자 스스로 단정지어 버렸었다.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너무 어려운 물리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로리엔’이라고 하는 요정 나라에 들어갔다 오고 나서 반지원정대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 이상한 일이네. 샤이어나 월더랜드나 달은 같은 달인데 말이야. 아니,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달이 제멋대로 뜨고 있거나 아니면 내 계산이 완전히 틀린 모양이로군. 주인님. 우리가 나무 위 층대에 누워 있을 때 달이 꽤 이지러졌던 일이 기억나시죠? 만월에서 일주일쯤 지난 달이었죠. 그리고 우린 어젯밤까지 꼬박 일주일을 지냈는데, 하늘엔 깍은 손톱처럼 가느다란 초승달이 떠오르는군요. 우리가 요정 나라에서 하루도 지내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에요.
그곳에서 보낸 밤이 사흘은 확실히 기억나요. 그러고도 며칠을 더 보낸 것 같지만 그곳에서 한 달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만은 또 맹세할 수 있다구요. 그렇다면 거기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건가요?
어쩌면 그런 식이었을지도 몰라. 프로도가 말했다. 아마 그 땅은 다른 곳에선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시간대 속에 있었을 거야. 우리가 실버로드 강을 타고 인간의 땅을 거쳐 대양으로 흐르는 안두인 강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원래의 시간대로 들어왔을 거야. 그리고 카라스 갈라돈에 있을 때는 초승달이고 아니고 간에 달을 본 기억이 없는 걸. 밤에는 별, 낮에는 해가 떴을 뿐이지.
그때 레골라스가 배 안에서 꿈지럭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렇소. 시간이 늦어진 게 아니라 변화와 성장이 사물과 장소에 따라 다를 뿐이오. 요정들에게도 세상이 움직이지만 더 빠르기도 하고 더 느리기도 한 것이지요. 그들 자신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빠르다고 할 수 있소. 다른 모든 것들은 덧없기 그지없고, 그 때문에 요정들은 슬퍼하는 거요. 또, 그들 자신이 흐르는 세월을 계산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오. 흘러가는 계절은 길고 긴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결에 불과한 거요. 그래도 태양 아래의 삼라만상은 어느 것이나 결국 종말을 맞게 마련이라오. <반지의 제왕 2권 p. 273>
상대성이론 (相對性理論, Theory of Relativity) 이란 인간, 행성, 항성, 은하 크기 이상의 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 양자역학과 함께 우주에 기본적으로 작용하는 법칙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요지는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물리적 해석을 떠나서 생각해보자. 나의 마음이 즐겁고 흥겹지 않을 때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 지루한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다른 즐거운 국면이 왔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정지한 쪽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빨리 지나는 것 같은 시간 감각은 조금 늘릴 수 있다. 즐겁게 빨리 지나는 것 같은 그 순간순간의 사건이나 생각들을 깊이 다양하게 음미하는 것이다. 나의 체내에 간직된 시간 감각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실제 시간을 재는 시계하고 동기화 시켜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시간감각과 현실이 분리되면 ‘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네’ 하고 시간을 잃어버린, 혹은 시간을 빼앗긴 사람처럼 피해자 느낌은 들지 않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내가 느끼는 시간은 오로지 나의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모두 써야 한다. 시간을 아끼면서 말이다. 똑 같은 시간에 많은 것을 하거나 보람된 일을 하거나 충실한 그 무언가를 느끼거나 하면서 말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나라에 다녀오니 시간이 어찌 되어버린 것만 같다고 느끼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요정나라는 어쩌면 ‘블랙홀’ 인지도 모른다.
상대성 이론이란, 어쩌면 '마인드콘트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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