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11) 스트라이더와 네비게이션
스트라이더(Strider)란 J.R.R. 톨킨의 저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인 아라고른의 별명이다. 그는 반지원정대를 이끌고 후에 곤도르의 왕이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스트라이더는 성큼 성큼 걷는 이<반지의 제왕1권 p. 248>란 뜻으로 순찰자라고도 한다. 암흑의 중간계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는 중간계 이곳 저곳을 자신의 발로 다녔기 때문에 자연 지리를 파악하고 있다. 마치 네비게이션과 같은 존재, 탁월한 길 안내자이다.
그들은 아라고른의 인도를 받아 좋은 길을 만났다. 프로도가 보기에 그 길은 고대의 났던 길의 흔적 같았다. 한때는 넓게 잘 닦인 길이 홀린에서 고개까지 나 있었던 것이다. 산들 위로 이제 만월이 된 달이 떠올라 창백한 빛을 뿌리자 거뭇한 바위 그림자가 드러났다. 지금은 황량한 불모지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그 돌들은 대부분 석공의 손으로 다듬어진 것처럼 보였다. <반지의 제왕 2권 p. 114>
아라고른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뒤따라 걸으면서 이따금씩 허리를 숙여 지면에 난 발자국이나 흔적을 살펴보곤 했다. <반지의 제왕 3권 p. 36>
아라고른, 당신은 의혹 속에서 울바르게 보이는 길을 선택한 거요. 그 선택은 합당했으며 그만한 보람이 있었소.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때맞춰 만났으니까 말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너무 늦게 만날 뻔했소. <반지의 제왕 3권 p. 152>
내비게이션은 자동차/선박/항공기/우주선 등의 탈것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흔히 자동차에 장착되어 길을 안내해주는 장치를 일컫는다. 현재와 같은 GPS식 내비게이션은 1990년부터 등장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영미권에서는 내비게이션이라 부르지 않고 일상적으로 GPS라고 부른다. GPS navigation, GPS navigator 등으로 부른다. 시중에 나와 있는 내비게이션의 브랜드명은 회사마다 매우 다양하다.
척척 걷는 자라는 뜻의 '스트라이더', 듣기만 해도 시원시원한 이름이다. 막힌 곳 없이 술술 뜷이는 듯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의 기초는 GIS(지리 정보 체계/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를 응용한 기술이다. 여기에 GPS나 Wi-Fi 등을 이용한 위치 추적기술이 조합되어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성한다. GIS란 지역에서 수집한 각종 지리 정보를 수치화하여 컴퓨터에 입력 · 정보 · 처리하고, 이를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 · 종합하여 제공하는 정보 처리 시스템을 말한다.
주변 정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바다로 직진한다거나 절벽으로 직진하라는 식의 적절치 않은 정보를 제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도 그것이 마냥 올바른 안내인것처럼 계속 우기면서 명령한다. 직진입니다. 직진입니다. 융통성이 없다.
그래도 내비게이션의 '앞으로 나아가라!' 고 하는 그 정신(혹은 기술)은 참 높이 살만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난관이 있어도 역경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라' 라고 한다. 후진을 생각하고 엄두를 내는 것은 오직 '인간'이다. 물론 후진을 결단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내비게이션은 '돌아가십시오'는 없다. 우회하세요.좌회전 하세요는 있지만.
차에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에서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외국의 길도 어렵지 않게 찾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관광가이드라는 일이 줄어들게 되겠지만.
길찾기의 명수 스트라이더는 반지원정대를 가급적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면서 가야할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옵션을 제시할 줄도 안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거나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거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 그 일을 해내는 등의 처리능력이 탁월하다.
오작동을 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반지원정대는 스트라이더를 신뢰하기에 그를 따른다.
스트라이더는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그만큼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지혜를 풍성하게 축적한 데이터 빵빵한 최고의 길잡이이다. 그리고 그뿐인가. 동료들의 지친 마음까지 위로해 줄줄 아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융통성도 있고 천연 AI 이다.
내비게이션도 오래될수록 좋지 않을까.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있어도, 적제적소에서 꼭 필요한 요소를 불러내고 활용할 줄 아는 지혜(기술)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자, 올 한해도 '앞으로 척척 차곡차곡 나아갑시다!' 내비게이션과 스트라이더를 절충해서 말입니다.
'취미. 기타 >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가장 가벼운 소재와 가랑잎 배 (0) | 2020.02.01 |
---|---|
(12) 열려라! Password와 '키(key)' (0) | 2020.01.29 |
➉ 마톰과 선물 (0) | 2020.01.24 |
➈ 섀도우팩스와 자율주행차 (0) | 2020.01.22 |
➇ 아르고나스 : 회색 거인-왕들의 기둥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