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황제가 말먹이 소년에게서 배우다(잡편 서무귀)
“황제가 대외(大隗)를 만나려고 구자산(具茨山)으로 떠날 때에 방명(方明)은 수레의 왼쪽에서 말을 모는 어(御)가 되고, 창우(昌寓)는 수레의 오른쪽에서 말을 타는 부승(副乘)이 되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은 말을 인도하는 전마(前馬)가 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는 수레의 뒤를 따르는 후차(後車)가 되었다. 그래서 양성(襄城) 들에 이르러 이 일곱 성인은 그만 길이 아득해서 물을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 말먹이는 소년을 만나 길을 물었다.”(잡편 서무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외(大隗)는 무위자연의 진리를 완전히 깨우친 진인을 말하며 동시에 대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황제는 대외를 만나 대도를 깨치기 위하여 길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일곱 성인은 모두 우언으로 창작된 인물들이다. 수레의 왼쪽에서 말을 모는 사람으로서의 방명(方明)은 천지 사방에 통하는 밝은 지혜를 가진 사람이고, 수레의 오른쪽에서 말을 타는 사람으로서의 창우(昌寓)는 세계 문명의 개화를 의미하는 사람이다. 말을 인도하는 사람으로서의 장약(張若)은 위대한 신목(神木)을 뜻하며, 또 하나 습붕(謵朋)은 하늘을 나는 대붕을 의미 한다. 또 수레의 뒤를 따르는 사람으로서의 곤혼(昆閽)은 근원적인 영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골계(滑稽)는 활달한 기지를 의미한다. 황제 이하 7명은 모두 제 각기 성스러운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양성이라는 들판에서 길을 잃었는데, 어디 길을 물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말먹이 소년을 만나 길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황제는 그 소년에게 “구자산을 아느냐? 그리고 대외가 있는 곳을 아느냐?” 하고 물었다. 그 소년은 안다고 대답했다. 소년이 구자산을 알고 대외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함에 황제는 크게 놀랐다. 황제는 틀림없이 이 소년은 무위자연의 진리를 아는 자 곧 대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참으로 이상한 소년이다. 구자산을 알뿐 아니라, 대외가 있는 곳을 아는구나. 그러면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듣고 싶은데 어떤가?”
소년은 대답하여 말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법은 들에서 말을 먹임과 같을 뿐 또 무슨 방법을 쓰겠습니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육합(六合)의 안에서(티끌세상)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마침 눈이 어지럼병에 걸렸습니다. 그때 어떤 어른이 나에게 ‘너는 저 태양의 수레를 타고(해와 같이 자연에서 삶) 양성들에 가서 놀아라.’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내 병은 조금 나았습니다. 나는 또 지금부터는 다시 육합의 바깥에서 노닐고자 합니다. 저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뿐 또 무슨 방법을 쓰겠습니까?”
이에 황제가 말하였다.
“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진실로 그대가 힘쓸 일이 아니지만 그러나 나는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그대에게 듣고 싶소.” 하고 말하였으나 소년은 더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황제가 다시 청하므로 소년은 말하였다.
“저 천하를 다스리는 법인들 이 말을 먹이는 법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다만 말을 해치는 것만을 제거해줄 뿐입니다.(말의 천성에 맡겨서 기름)”
황제는 이 말을 듣고서는 두 번 절을 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천사(天師)라고 일컫고 물러갔다.(잡편 서무귀)고 했다.
사람은 육합의 안 곧 티끌이 쌓인 세속 세계에서 살면 현실 세계의 권세와 명예와 이익에 독이 들어서 어지럼병에 걸리기 쉬운 것이나, 들판에서 말을 먹이듯이 무위자연의 세계에서 노닐면 병은 나아지고, 육합의 바깥 세계 곧 세속을 초월한 무위자연의 세계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를 다스린다는 정치도 그 근본은 만물의 자연성을 살려주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장자는 인류 세계에 문화를 가져 들인 최초의 제왕이라 일컬어지는 황제도 무위자연의 진인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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