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일화 보따리/일화 보따리

젊은 메추라기 잡이와 메추라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0. 20. 04:33

 

젊은 메추라기 잡이와 메추라기

 

 

옛날 어느 마을에 커다란 숲이 있고 그 숲에는 몇 천 마리나 되는 메추라기가 살았다. 그 메추라기들은 아침 일찍 깨어나서 흥겹게 활동하였다. 마을에는 메추라기 잡기 명인이라 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매일 메추라기를 잡아서 시장에 나가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젊은이가 시장에서 돌아오면 마을 사람들은

“오늘도 많이 벌었는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도 많은 메추라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인가?”

젊은이는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간단합니다. 메추라기의 우는 소리를 내어 메추라기를 모아서 그물을 던지는 것뿐입니다.”

“메추라기의 울음소리라니? 그런 소리로 메추라기가 모여든단 말인가?”

“그럼요. 메추라기가 모여든답니다.” 하고 젊은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마을 사람들은 부러운 듯이 그 모습을 보곤하였다.

 

확실히 그 젊은이는 메추라기의 울음소리를 잘 내었다. 그가 울음소리를 내면 많은 메추라기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수 천 마리나 되는 메추라기 속에는 뛰어난 메추라기도 있었다.

“어째서 매일 아침 저렇게 많은 친구들이 잡히는 것일까? 아침에 들리는 저 울음소리는 유혹하는 덫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헛 일이었다. 그 소리는 너무나 교묘해서 친구의 소리로 여기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면 잡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뛰어난 메추라기는 숲속의 메추라기를 모아서 말하였다.

“여러분, 아침에 나타나는 메추라기 잡이 그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이것은 한 미리만으로는 안 된다. 모두 협력해야 한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가르쳐 줄 터이니 잘 들어다오.”

이 뛰어난 메추라기는 다른 메추라기에게 그물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쳤다.

“먼저 그물이 던져지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버둥거리면 그물에 더 말려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그물눈에 머리를 박는다. 모두가 제각기 그물눈에 머리를 박는다. 그리고서 모두가 그물에 머리를 박으면 누군가의 신호로 일제히 가시덤불 쪽을 향하여 날아가는 것이다. 가시덤불에 닿으면 그물을 가시에 걸리게 하여 잡아당긴다. 그리고서 살짝 머리를 빼고 달아나는 것이다. 그물은 가시에 걸려 있으니까 안전하다. 모두 가시덤불 밑으로 날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뛰어난 메추라기의 제안을 납득하였다. 내일부터 곧바로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 여느 때처럼 메추라기 잡이가 메추라기 소리를 흉내 내며 메추라기를 불러 모았다.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그 흉내 내는 소리에 유혹 당하였다. 그래서 다시 그물에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달랐다. 어느 메추라기도 서둘지 않고 천천히 그물눈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가시덤불을 향하여 날아갔다. 작전은 성공하였다. 그물에 걸린 메추라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것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이어졌다.

 

매일 아침 메추라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 젊은이를 보고 그 아내가 비웃었다.

“당신은 매일 아침 빈손으로 돌아오는데, 참으로 숲에 메추라기를 잡으러 간 것일까요? 어느 여자에게 놀라 간 것이 아닌가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나는 매일 아침 숲에 가고 있어요. 메추라기들이 영리해져서 도망쳐버리는 것이오.” 하고 젊은이는 메추라기가 하는 모습을 말해주었다. 아내는 젊은이에게 “이것은 끈기를 시험 당하고 있는 것이오.” 하고 웃었다.

 

어느 날 뛰어난 메추라기가 나무 위에서 숲 속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메추라기들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자그만 일로 일어난 싸움이었다. 그런 싸움은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가 자그만 일로 인한 싸움이었다. 네가 내 머리를 밟았다는 둥, 네 발이 내 날개에 닿았다는 둥, 떨어진 먹이를 빼앗았다는 둥, 내게 비비지 마라 내가 앉을 자리다는 둥 하고 여기저기서 싸움질 들이다.

“아아, 이러고서는 안 되겠다. 저런 자그만 일로 서로 싸움을 하고 있으니 이번 그물에 거릴 때에는 그 상황을 잊어버리고 싸움질만 할 것이 틀림이 없다. 아무리 말하여도 바보 같은 놈들은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군. 이 숲속의 메추라기는 구해낼 수가 없겠구나.”

그 뛰어난 메추라기가 예견한 대로 이튿날 아침에 그물에 걸렸을 때에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역시 그들은 나의 충고를 잊어버렸다. 제각기 제멋대로 해서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이러고서는 재난이 자신에게로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숲에서는 살 수가 없다.”

뛰어난 메추라기는 그의 의견을 따르는 친구 메추라기들을 모아서 함께 그 숲을 떠나고 말았다.

한편 메추라기 잡이 젊은이는 다시 많은 메추라기를 잡을 수 있게 되어서 그 아내와 함께 기뻐하였다.(자카타 이야기에서)

 

*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

* 지도자를 잘 따르는 것은 미덕이다.

 

'일화 보따리 > 일화 보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걸리의 오덕  (0) 2012.10.31
장삼(張三)과 염라(閻羅)대왕   (0) 2012.10.26
어두일미(魚頭一味)  (0) 2012.10.16
손문의 세 번째 결혼  (0) 2012.10.05
백낙준 박사 이야기  (0) 201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