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비 내리던 밤에
지금은 겨울이라 별을 보는 계절이 아니다. 방송이 33년만의 우주 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며칠을 떠들어댄다. 별똥별이 비가 내리듯 내리는 우주 쇼를 볼 수 있다는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별 보기라면 어린 때를 생각하게 된다. 별 보기는 아무래도 여름이 제철이라 생각한다. 내가 살던 고향은 동네가 습진 곳이라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어 모닥불이나 모기장을 가지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한여름 밤이면 돗자리와 담요를 들고 바닷가로 잠을 자러 갔었다. 바닷가에는 모기가 없기 때문에 단잠을 잘 수 있다. 여름밤은 짧지만 바닷가에 자리를 펴고 누우면 망망 무제의 넓은 하늘에 별들이 어떻게나 많은지 때로 기다란 꼬리를 내리면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은 별이 장가를 가는 것이라고도 하고, 사람이 죽는 것이라고도 하고, 때로 궤적을 길게 드리우고 떨어지는 별똥별은 머리 큰 사람(훌륭한 사람)이 죽을 징조라고도 하고,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주의 무한한 신비에 마음 끌렸던 기억이 난다.
별똥별은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먼지, 티끌, 암석의 파편 덩어리이다. 주로 혜성의 꼬리에서 나오며 때론 소행성들끼리의 충돌로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우주 공간을 헤매던 덩어리들은 어느 순간 지구의 중력으로 끌려오게 되어 대기권과 만나면서 열과 엄청난 공기마찰로 인해 표면이 타 녹아내리면서 별똥별이 되는 것이다.
별똥별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아무 때나 아무 방향으로나 예측할 수 없이 밤마다 떨어지는 별똥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로 이것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 일정한 방향에서 유성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현상이다. 별똥별 비(유성우)는 그 대부분이 혜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혜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많이 남게 되는데, 이 부스러기들도 혜성의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가 지구가 이 궤도 위를 지나가게 되면 모여 있던 많은 유성체들이 지구 인력에 끌려서 한꺼번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 한다.
별똥별 우주 쇼를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끌리어 2001년 11월 19일 새벽 3시경에 나는 별똥별 비(유성우)를 보기 위하여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을 떠나 큰길에 나서서 교육박물관 앞을 지나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길가 양쪽의 건물이 시야를 가리므로 조망이 시원하지 않아서 제주제일중학교 교문을 들어서서 한참 하늘을 쳐다보았다. 당초에 생각하기에는 마치 불꽃놀이의 불꽃이 퍼지듯이 동녘 하늘에서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내가 북극성을 향해 서있는데, 동으로 북으로 남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별똥별이 환하게 궤적을 남기면서 떨어졌다.
별똥별은 우주의 방랑자이다. 우주의 많은 붙박이별들을 대표하여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천공 중심에서 간간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저놈은 오늘 어느 동네로 장가를 드는가? 혹은 시집을 가는가? 서로 말할 것이다. 때로는 저는 이제 이 세상을 버리고 지구라는 천당을 향하여 떠나는구나. 천공의 식구가 줄어드니 슬프구나 하고 서로 말할 것이다. 간간이 떨어지는 별똥별에게서는 낭만과 서정을 얻을 수 있어 시가 있고 동화가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유성우)을 보며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저놈들이 무엇을 점령하려고 저리도 무리를 지어 자살 특공대로 덤비는가. 마치 지구를 모두 점령할 것 같은 기세로구나 하고 두려움을 말할 것이다. 2001년 11월 19일 신문은 “19일 오전 한반도 동쪽 하늘에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유성우의 장관이 펼쳐졌다. 한국천문우주연구원은 이날 오전 1시 반부터 별똥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해 소백산천문대에서는 3시경 시간당 최대 8000개가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실제 유성은 시간당 최대 2만개가 떨어졌다는 계산이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일생일대에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갔던 시간은 새벽 3시경이라서 한 고비를 넘겨버려서 그런지 아니면 관찰하는 위치가 달라서 그런지 매우 아쉬운 생각이 난다. 내가 본 별똥별 비(유성우)는 헤아릴 수 없이 많기는 하나 떨어지는 방향도 일정하지 않아 동쪽 남쪽 북쪽으로 불규칙하게 마치 고대 전장에서 불화살이 날아가는 듯이 떨어졌다. 축제 때에 올리는 불꽃놀이의 환상적이고 황홀한 불꽃같은 인상이 아니라 화살마다 병사들이 맞아 쓰러지는 불길한 전쟁을 연상하게 하였다. 어린 때 어른들에게서 들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별똥별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사람이 죽는다는 기억이 마치 지구가 혜성의 먼지 속을 지나가면서 전쟁의 징조를 불러오고 떨어지는 별똥별 수처럼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이곳저곳에서 전쟁으로 인하여 많은 인명이 살상 당하고 있지 아니한가.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악마가 일으켰다는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무차별 동시다발 테러 사건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가 하면, 그 테러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에서 미영 주력군이 아프카니스탄을 폭격하여 그 나라 국토를 초토화하다시피 하여 인명을 살상하고 있고, 중동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테러와 보복을 갈마들며 인명을 살상하고 있으며, 클레미아 반도에서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내전으로 인명이 살상되고 있다. 참으로 인류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처럼 내가 바라는 소원은 20세기가 전쟁의 세기였는데 반하여 어떠한 정치적 목적에서 정의의 구현이라는 미명하에 전쟁을 일으키고 인명을 살상하게 하는 일은 이 21세기에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2001년 새해 아침에 바라는 소박한 나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으니…, 한스러울 뿐이다.
또 하나는 나 자신이 별똥별처럼 무한대의 우주 공간을 떠돌다 떨어지는 신세가 아니라 무한대의 인간의 영혼의 세계에서 바른 궤도를 찾으며, 영혼을 고귀하고 영원하게 할 수 있도록 영혼이라는 대리석을 갈고 닦으며 화려한 문양을 그리는 삶이 되기 바라는 소망을 별똥별에게 간절히 기원한다. *
'단상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암을 둘러보며 (0) | 2010.10.18 |
---|---|
‘구드래 나루’에서 (0) | 2010.10.14 |
황포탄(黃浦灘)의 추석(秋夕) (0) | 2010.09.21 |
돈에 현혹 되지 않은 고고한 인격자 (0) | 2010.06.29 |
4월을 맞으며 (0) | 201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