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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301

가을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일

가을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일  가을바람이 불면 옛날 땔감인 촐(꼴) 베는 날>이 생각난다.우리나라가 해방되던 1940년대 후반 내가 초등학교 시절 땔감인 촐 베기(꼴 베기) 이야기이다. 처서가 지나면 한여름 지겹던 더위도 풀이 꺾여 한결 더움이 가시고 선들선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조 밭에는 탐스러운 조 이삭이 고개를 숙여 가을바람에 흔들거리고, 조밭 둘레에는 수수 이삭이 거무죽죽하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흔들거리거나 어떤 것은 뻣뻣하게 솟아올라 탐스럽게 보인다. 이 무렵이 되면 농가에서는 한겨울 마소를 먹이기 위하여 혹은 땔감을 위하여 꼴을 베는 시기가 된다. 동네 대장간은 낫을 만들거나 벼르기 위하여 분주해진다. 집집마다 남정네들은 분주하게 낫을 갈고 꼴 베기 준비에 바쁘다. 꼴을 베는 낫>이란 ..

단상/월요단상 2024.11.04

아기 울음소리 행복을 낳는다.

아기 울음소리 행복을 낳는다.  최근 신문에서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결혼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하여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출생아 수 역시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되었다.>는 보도를 읽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한민족의 자손으로서, 우리 민족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한민족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깊은 우울감에 빠지곤 한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결국 우리 민족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의 ..

단상/월요단상 2024.10.28

종이책의 운명

종이책의 운명은   가을은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 불린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차분히 앉아 독서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라서 옛날부터 이를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서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종이책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얼마 전, 동네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쓰레기장에 종이책 수십 권이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책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책장에 자리했던 작품일 수도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책들이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책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오늘날 종이책은 더 이상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지지 ..

단상/월요단상 2024.10.21

반려견 세상 유감

반려견 세상 유감  조선일보 10월 14일 자 기사 중에 가장 외로운 한국” 외신이 주목한 반려견 문화> 보도처럼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이 갑자기 늘고 그 호사는 아이들 보다 던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옛날이야기 속에서 쥐는 고양이를 속여 12지 즉 자(子/쥐), 축(丑/소), 인(寅/범),..술(戌/개), 해(亥/돼지)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고양이는 결국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개(술(戌)는 열한 번째를 차지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경쟁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재빠르고 기민하게 기회를 잡지만, 다른 누군가는 무심코 놓치기도 한다. 이처럼 인생은 때론 지혜와 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정직과 배려..

단상/월요단상 2024.10.14

아기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

아기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수많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 주는 나라, 삶의 모든 조건이 완벽에 가까운 이 나라 경제는 안정적이고,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육 또한 탁월하고 모든 국민은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 땅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제 그 울음소리가 크게 퍼지지 않는 이 땅에는 깊은 우울감이 감돌고 있다. 한민족의 멸망이라는 어두운 미래가 서서히 아른거린다.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성장과 번영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세대가 감소해 감으로써 부담을 지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번영은 점점 퇴색하고,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는 민족이 되어가고 있다. 그 누..

단상/월요단상 2024.10.07

노인의 망령일까

노인의 망령일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심신의 기능이 쇠퇴하고, 희망을 잃기 쉬워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인생의 가치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인간성의 성숙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며, 무엇을 후대에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는 예의와 염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사라진 세상에서, 과연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는 예의염치를 바탕으로 한 인생의 기승전결을 여러모로 생각하게 된다.‘예의염치’는 관용구로 자주 쓰이지만, 그 뿌리는 철학자 관자의 ‘목민편(牧民篇)’에 있다. 그는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나라를 지탱하는 네 가지 중요..

단상/월요단상 2024.09.30

부모님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추석을 맞으며 부모님과 조상님의 은혜를 생각하게 한다.인간은 태어나면서 걸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또 다른 삶의 형태를 만들어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 동물들은 출생 후 긴 양육 기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 공자의 제자인 재여는 년상>이 너무 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한 년상>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생애 초반 3년 동안 온 정성과 시간을 들여 돌보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그 슬픔을 표현하는 유교적 전통을 말한다. 재여는 3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지만, 공자는 그 기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

단상/월요단상 2024.09.16

벌초유감

벌초유감  처서가 지나고 추석이 가까워지면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은 제 뿌리, 즉 조상을 알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 믿음은 가문의 전통을 지키고 조상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중에서도 조상의 유훈과 업적을 영구히 보존하려는 노력은 대대로 이어져 왔다. 이렇듯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그들의 영혼이 우리 곁에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하지만 조상의 영혼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체백은 결국 시간 속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덤을 만들어 그 체백을 영구히 보존하려 한다. 무덤은 단순히 땅 위에 존재하는 돌이나 흙더미가 아니라, 우리의 뿌리와 역사를 이어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조상들의 무덤은 그들이 이 땅에서 살았던 흔적을 남겨주며, 그들..

단상/월요단상 2024.09.09

가을은 오는가보다.

가을은 오는가보다.  처서는 지났지만 한 달이 넘게 계속된 열대야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고, 한낮의 잔서는 아직은 남아있지만 그 속에서도 가을의 징후들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가을이 오고 있다. 지난 세월과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가 이번에도 우리의 일상 속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여름의 막바지, 아침과 저녁의 공기는 어느새 한결 시원해졌다. 무더위 속에서 잊고 있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잠자리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밤의 정적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들리며, 마치 가을이 다가왔음을 노래하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소리는 비록 작고 연약하지만,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단상/월요단상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