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과학/시간

시간의 정체는 어디까지 밝혀졌는가?

간천(澗泉) naganchun 2020. 9. 8. 15:23

시간의 정체는 어디까지 밝혀졌는가?

--로벨리(Rovelli, Carlo)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누구나 실감하듯이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은 잠간으로 지나가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수업이나 고통은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어릴 때는 하루도 길었는데 나이가 들고나면 1년이 얼른 지나가 버린다. 시계가 새기는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절대적인 존재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시간은 상대적인 존재이고 맹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람보다 시간의 흐름은 느리다. 높은 산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과 평지에 있는 사람과는(받는 중력의 차가 있으므로) 역시 시간의 흐름은 다르다. 그 차가 너무 적기 때문에 우리들의 감각으로는 파악하지 못하지만 물리학자가 실험에서 쓰는 특수한 시계로는 확실히 차가 계측된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이 사실은 너무나 우리들의 생활 감각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믿을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증거로 지금은 틀림이 없는 사실로 되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의 정체>는 최점단 물리학에서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모르는 만큼 그 정체에 대하여 껍질을 벗기듯이 다그치려는 것이 이 책 이다.

저자는 이틸리아 물리학자 카롤 로벨리( Rovelli, Carlo)이다. 전저 <대단한 물리학>(2017)은 최첨단 물리학을 매우 알기 쉽게 해설하여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호킹. 우주를 말하다.>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망한 지금 그의 뒤를 이을 <현대물리학의 전달자>라고도 보인다.

그 로벨리의 최신작은 시간의 정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쉽게 해설하고 있다. <쉽게>라는 것은 수식을 쓰지 않고 개념만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본서에서는 단지 하나의 수식밖에 등장하고 있지만 저자는 하나라고는 하지만 수식을 끌어낸 것을 독자에게 사죄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본서가 나타내는 시간의 모습은 갑자기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의 모든 것은 <사물/Thing>이 아니고 <일어난 일/Event>로 되어있다.

 

예를 들면 로벨리는 <지금>이라는 개념을 뒤집는다.

과거와 미래에 끼인 한 순간의 <지금>은 전 우주에 공통이라고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지금> 몇 백 광년 떨어진 다른 천체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런 물음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이라는 것은 <장소(공간)>에 묶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공간>과 잘려 떨어진 <시간>은 없다. <지금>이란 국지적 존재이고 <전 우주의 지금>이라는 것은 없다.

예를 들면 로벨리는 시간이 과거로부터 미래에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시간이 본질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참으로는 지구와 우리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들로서는 별들이 지구의 둘레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로벨리(Rovelli, Carlo)는 세계의 모든 것은 <사물(Thing)>이 아니라 <일어난 일(Event)>로 되어있다고 한다. 가장 사물 같이 보이는 돌()마저 그 본질은 장시간 이어지는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들은 이 세계가 <사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질>이라도 좋다. <존재>라도 좋다. 무엇이거나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편 이 세계는 <일어난 일>로 되어있다는 생각방법도 있다. <발생>이라도 좋다. 무엇이거나 <일어난다.>는 것 오래 계속되지 않고 영속하지 않은 것으로 세계는 되어있다고. 물리학도 가장 기초 부분에서 <시간의 개념>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 두 가지 견해 중 전자가 해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을 정지시킨 정지 상태>로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고 세계를 <허무하게 일시적인 것>의 집합이라고 인식하는 일이다.(중략)

<사물><일어난 일>의 다름은 <사물>은 영속하는 데 대하여 <일어난 일>은 한정된 시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의 전형적인 예이다. < 이 돌은 내일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에는 의미가 없다. 한편 <흔적/상처><일어난 일>이다. <이 흔적은 내일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은 의미가 있다. 이 세계는 돌과 같은 것이 이어져서 된 것이 아니고 흔적 같은 일어난 일이 이어져서 된 것이다.(The Order Of Time86-87)“

 

<시간>이란 개념을 서정적으로 푼다.

 

이처럼 본서는 무엇인지 확실한 설을 계통적으로 해설하는 것 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가 끌리는 <시간>이라는 불가사의로 매력적인 존재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시적으로, 정열적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 있다.

독자는 독백을 듣는 가운데 <시간의 정체>라는 높은 산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아서 산정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난해한 수식이나 물리의 기초이론을 건너서 헤리콥터로 한꺼번에 산정에 다시 상공으로 옮겨준다. 거기서 내려다보아도 <시간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밑에서 올려다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만은 이해할 수 있다.

로벨리의 전문은 <루프양자중력이론>이라 한다. 놀라운 이름이지만 요컨대 인간보다 아득히 큰 우주레벨의 물리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양자역학과 통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비장한 이론이다. 혹시 이론이 완성되어 중력을 양자론으로 기술할 수 있게 되면 틀림없이 인류가 낳은 최대의 영지가 될 것이다. 다시 틀림없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일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 최첨단에 벨리라는 <물리의 말><보통의 말>로 번역할 수 있는 학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들 일반인으로서 얼마나 다행한 일일 것인가.

출처=The Order of Time (English Edition)www.amazon.co.jp

집필자=쿠라타유키노부(倉田幸信)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學) 정치경제학부 졸업. 아사히신문 기자. 프리렌서 번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