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17) 기억과 메모리칩과 테트리스 게임

간천(澗泉) naganchun 2020. 2. 11. 08:16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17) 기억과 메모리칩과 테트리스 게임




반지의 제왕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한 가지 생각이 나면 다른 생각은 없어진단 말이오... <반지의 제왕 1권 p. 243>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 사건들이 생성되면 그것이 머리 속에 저장되기 위해서 이전에 있던 것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테트리스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빈 공간에 알맞은 규격의 퍼즐을 대입시켜서 빈 공간이 없도록 메꿔나가는 게임이다. 1984년 소련의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만들었다. 이 게임은 비디오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되었다. 게임의 룰은 벽돌을 쌓으면서 그 벽돌이 한 줄을 꽉 채우면 그 줄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벽돌이 맨 위까지 안 쌓이게 끝까지 버티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그 게임을 할 때 든 생각인데, 벽돌로 한 줄을 꽉 채우면 사라지는 그 것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우리 머릿속 역시 빈 공간이 없이 몇 억 겹으로 층층이 기억들이 저장이 되어 있는데, 가끔 그 기억들이 수납된 선반이 무너지거나 하면 약간의 공간이 생기고 새로운 기억이나 나쁜 기억들이 그 자리로 끼어들어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기억은 무한정이 아니라고 한다. 기억(記憶) 또는 메모리(영어: memory)는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 또는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과 더불어 망각하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다.


예전 일은 눈으로 보듯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최근의 일은 거의 기억해내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순간의 기억만 있고 자신이 하거나 지낸 모든 시간들을 기억 저장고에 담아두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기억과 치매는 함께 따라다니는 원수지간 같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는 메모리카드(Memory card) 또는 플래시 메모리 카드(Flash memory card)가 있다. 이런 메모리카드는 저장 능력 혹은 용량이 정해져 있다. 인간의 뇌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저장 능력은 조금은 유연할 것 간다. 새로운 기억이 들어오면 이전의 기억들이 서로 협조를 해서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 환영을 할 것만 같다. 물론 그것도 무한정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자기 무릎위에 새로운 기억 친구를 앉히기도 할 것 같다. 할아버지 무릎에 손자를 앉히듯이 말이다.


한 가지 생각이 나면 다른 생각은 없어진단 말이오... 하다가도, 그 하려던 이야기의 맥을 다시 짚어내는 것을 보면 공간이 꽉 찼다고,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매몰차게 막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을 가지고 만든 소중한 기억들을 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소중한 정보이자 역사가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