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사 큰 농사
부모님은 산 중턱에 작은 텃밭을 가꾸신다.
가족 공원으로 네모나게 조성된 정원 안 한쪽 면에 작은 밭이다.
올해는 봄에 고추 묘종을 심으셨다고 한다.
아주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는 일년대계이다.
미리 미리 계획을 세우고, 이른 아침 오일장에 가서 재료를 사고
텃밭으로 간다.
한 웅덩이 한 웅덩이 파서 묘종을 심고 가지고 간 물로 차례 차례
정성껏 웅덩이 주변에 부어준다.
이제 잘 자라기만을 바라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런데 비가 내리지 않아서 가물다고 걱정 가득이다.
통화를 하면 의례 날씨 이야기가 서두를 장식하게 되는데
날씨가 좋아서 좋기도 하지만, 갓 심은 식물들 생각을 하면 성장에 필요한
물 보충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그렇게 걱정하기를 한 달여.
한 차례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아버지 생각만큼
수분 보충을 시키지 못한 듯, 여전히 가뭄 걱정이다.
농사 지으시느라 고생이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
쳇, 그게 무슨 농사냐!
그냥 소일거리지.. 하고 헛웃음을 지으신다.
그래도 내심은 어느 대사 못지않게 신중하고 정성으로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해에는 호박도 있었는데, 연한 초록 호박이 댕댕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 언젠가 겨울인가에 집 부엌에 늙은 호박이 펑퍼짐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가가 가가가이다.
그 호박을 오래 익도록 두었다가 따면 그렇게 노란 호박으로 변신한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갔을 때에도 그 호박이 그대로 있길래 ‘애지중지’ 모셔두려나 보다 했는데,
늙은 호박 껍질을 벗기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둔 것이란다.
호박죽을 끊이거나 갈칫국에 넣으면 좋은데도, 탄탄한 호박을 벗기고 썰 힘이 없는 것이다.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두신 것이기에 내가 해체를 했다.
호박의 홈이 나 있는 결 따라 등분을 하고 껍질을 벗긴다.
각각 벗겨진 초승달 모양의 주황색 호박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언제든 가까운 시일 안에 드시고 싶을 때 꺼내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모님의 소소한 일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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