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란 말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한다. 평등하다는 말은 “차별이 없고 동등하다.”는 뜻의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겉모양부터 다 다르다. 뚱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홀쭉한 사람도 있고, 키가 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사람도 있어 사람마다 제 각각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지 못한 것이다. 평등하다면 다를 까닭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겉모양만이 아니다. 얼굴을 보아도 모두가 다르다. 얼굴이 길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그스름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표정이 밝게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팔 번뇌를 혼자 지닌 듯 어두워 보이는 사람도 있다.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한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다르니까 역시 평등하지 못하다.
그것만이 아니라 권리가 모두 평등하게 주어졌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면 권리는 평등한가 하면 알 수가 없다. 사회에 관련된 무슨 사업을 하고자 하면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허가를 주는 입장에 있는 인간과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는 인간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이미 권리가 평등하지 않음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권리가 주어졌다고 하는 말에 응 그렇다 하고 긍정하는 사람은 권리를 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뿐일 것이다. 그것도 극소수의 사람이고 거의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란 말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눈으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도 불행해지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하나님이 주는 시련을 그 사람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참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면 시련에 대처하는 의사결정 방법이나 신앙심이나 판단력이나 결단력도 평등하게 주어졌어야할 것이다. 실제로는 과연 어떤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이 아닌 내가 보는 눈으로는 아무리 보아도 인간은 평등하지가 않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고 하는데, 이것마저도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모른다. 엄마의 뱃속에서 갓 태어나면서 죽는 사람도 있고, 사랑을 느끼되 깨닫지 못하고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춘기를 넘기기 못하여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청운의 큰 뜻을 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장차 큰일을 하리라 하고 계획을 다 세우고서 실행 단계에 들어가자마자 죽는 사람도 있고, 행복에 겨울 정도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복을 다 누리고 천수를 다하여 백 살이 넘도록 살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횡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마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거나 인간으로서 더 할 수 없는 굴욕 속에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죽음도 평등하지는 못하다. 불평등이라는 의미로는 죽어버리는 것이 불평등한 것인지 죽지 못하는 것이 불평등한 것인지 나로서는 잘 모른다.
나는 평등하지 않다는 것에 불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인간은 적어도 모든 점에서 평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할뿐이다. 아마도 말 그대로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면 인간은 나태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역사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평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서 발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태어난다는 것만은 인간은 평등하다. 인간은 자기가 혈통이나 집안, 부모, 용모, 성격 등등 의사대로 선택하여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태어난다는 것은 쓸쓸한 것이다. 모든 불평등의 기원은 태어난다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났기 때문에 실제로는 불평등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다.”라 함은 하나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태어나면서 불평등 요소를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희망사항으로서의 평등을 부르짖는 것일 뿐이 아닌가. 이 세상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진실인 듯한 엉뚱한 거짓말이 많아 씁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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