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우상
요즘 청소년 특히 소녀들은 인기 가수의 공연장을 쫓아다니며 “오빠, 오빠” 하고 기성을 지르며 환호하고, 사인을 받기 위하여 몇 시간씩 도열하여 기다리는가 하면, 세계적인 유명 가수의 공연장에서 기절하여 쓰러지는 일까지 있다고 하고, 월드컵 경기 과정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한국 대표 선수들을 청소년들이 열광적으로 기성을 올리며 환영하는 광경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자주 보았다.
인기 가수가 출연하거나, 유명 선수가 출장하는 공연이나 경기에는 수천을 헤아리는 팬들로 대성황을 이루는 것이 상례이다. 마치 가수나 선수가 자기 인생의 목표인양 만사를 제쳐놓고 숭배하고 따른다고 하니 과연 이들은 청소년의 정신적인 우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연구자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하고 설문 조사를 했더니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연예인과 운동선수라고 나왔다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왜 이처럼 하필이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로서의 탁월한 재능과 기량에 감동되어서 그 인격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억으로 헤아리는 몸값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지상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기 탤런트가 인기 드라마에 주역을 맡아 출연한다면, 일회 출연료가 5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한다고 하고, 유명 운동선수가 연봉이 수십억으로 팔려 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 강사의 한 시간의 강사료가 5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고, 이름 있는 시인의 시 한 편이 겨우 5만원 내외라 하며, 그 밖의 원고료가 5천 원 내외라고 하니, 사람의 몸값이라 할까 재주 값이라 할까 차이가 나도 너무나 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연예인들은 타고난 재능과 살을 깎는 각고의 수련의 결과로 길러낸 재능이라고 할 수 있고,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나 시인 작가가 되는 것도 타고난 뛰어난 두뇌와 각고의 연구와 수련으로 이루어낸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몸값으로 생각한다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요즘 젊은이들은 말초적인 쾌락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주는 연예인을 더 좋아하고, 텔레비전 등 채널이 다양하게 발달되어서 방송국마다 풍성한 프로그램을 충족시키려 하는 데서부터 상품 광고를 위한 CF출연 등에 이르기까지 연예인의 수요는 증가하는데 비하여 지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소위 골치 아픈 학문이나 문학은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적어서 그에 출연하는 작가나 시인, 학자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일까? 이렇게 보면 이도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황금만능주의의 흐름이 청소년들을 자극하여서 단순한 감정적인 정화를 가져다주는 공연 내용보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현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의상에다 만장의 박수갈채를 받는가 하면, 돈도 잘 벌어들이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부럽기도 할 것이고, 또한 동경의 대상이 되며, 우상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 그들의 탁월한 재능이나 기량에 감동되어 그러한 것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선호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면, 앞으로 현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일고 있는 소위 한류의 열풍이 전 세계에로 번져 나아갈 것이며, 이울러 우리 예술이나 운동선수의 기량을 과시하고 동시에 외화를 벌어들여서 부국을 이룰는지 모르겠다.
고금을 물을 것 없이 돈과 권력은 만인의 선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만, 근래에는 정치의 근간은 경제의 성장 발달에 치중되어 있고, 만사가 돈과 연결을 지으며, 게다가 전에는 별로 듣지 못하던 화폐의 단위가 조 단위로 일컬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일획천금의 꿈에 젖어 거부를 부러워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일생의 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돈벌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듯이 보인다. 모두가 돈을 우상시 하는 황금만능의 시대가 된 듯하다.
왜 이렇게 되어 가는 것일까?
일제 강점기에는 한 때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 자전거” 하는 노래가 나올 정도로 일본인보다 우리 민족의 우수함을 과시한 비행사 안창남이나, 자전거 선수 엄복동이 청소년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우상이었던 시대가 있었고, 일제에 항거하여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린 순국열사와 지사를 우상시한 때도 있었다.
특히 지식층에는 민족의 지도자로서의 안창호 선생이나, 문호인 춘원 이광수 선생, 정치가로서의 김구 선생, 조만식 선생을 흠모하고 우상시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민족적인 강렬한 염원인 국토의 통일이라는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이것을 이룬 자가 없어서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사회가 되어서 그러한 것인지 단정을 지울 수는 없으나, 민족적 우상이 없는 시대가 된 듯하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인 만큼 시대적인 현상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돈이라는 우상. 명예, 권력이라는 우상. 이런 탐욕스러운 우상만은 세대나 시대를 넘어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은 한 집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로 우상이 되도록 격려하는 것 같다.
지방자치가 정착되어 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 중에 지방자치에 대한 식견과 신념이나 쌓아온 공로보다는 돈만 있으면 지방의회의 의원을 하려고 하고, 크나 작으나 민간단체에도 돈 있는 자만이 요직을 차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시대이다. 이에는 명예와 권력과 금권마저 독점하려는 저의가 작용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돈만 있으면 편하고 쾌적하며 능률적이며 문화적인 욕구마저 향유할 수 있는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경제적 여유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경제력이 개인의 탁월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됨으로써 돈이 인간의 경배대상으로서 우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마침내는 인간이 돈에 종속되는 가치전도 현상으로까지 부정적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물질은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증진시켜 주는 정도만큼의 가치가 있을 뿐인데, 온통 세상의 이목은 돈에만 모이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현대인의 우상은 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식의 소산으로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우상은 언제 나타나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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