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잰 앙리 카지미르 파브르 이야기(2/5)
==뛰어난 관찰안으로 벌레들의 드라마를 표현한 곤충 시인 ==
3, 파스퇴르의 연구를 도움
1865년,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프랑스의 생화학자)가 그의 집에 당시 유행하던 누에의 미립자병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위해서 찾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파브르를 찾아온 파스퇴르는 누에고치 안에 뭐가 들었는지조차 몰랐고 파브르는 파스퇴르가 누에고치를 챙겨가는 걸 허락했다. 파브르는 파스퇴르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히 밝히며 학문에 열정을 보이는 자세에 감동했지만, 거만한 그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4, 영국 학자와의 교류
동료 교사인 마리 세자린 빌라르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무렵 빚 때문에 생레옹에서 오랑주로 이사했다. 또한 이 무렵 딸 엘리자베스와 아들 장이 요절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교육부 장관이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영국의 사회학자, 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이나 찰스 로버트 다윈( Charles Robert Darwin, 1809- 1882, 영국의 생물학자, 지질학자, 진화론자)과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다. 특히 부자였던 밀에게는 3천 프랑의 돈을 빌린 적이 있는데 나중에 어린이 곤충 도서를 쓰면서 이 책이 제법 잘 팔려서 받은 인세로 몇 해에 걸쳐 기어코 이자까지 내주면서 깨끗하게 갚았다. 밀이 이자는 안 내도 된다고 했음에도 이 돈으로 나와 내 식구가 살 수 있었기에 이자는 작은 성의이니 받아두라고 하며 건네줬다고 한다.
<다윈과 벌 연구에 대한 견해>
하루는 다윈이 보낸 편지에서 <벌이 얼마나 집을 잘 찾는지 아나? 벌집에서 최대한 멀리 벌을 내보내도 반드시 집을 찾아온다니까.>
이런 편지를 보고 실험을 했는데 생활이 그다지 풍족하지 못한 탓에 집 근처에 있던 벌집에서 벌을 따로 잡아다가 아침부터 멀리 뛰어가서 먼 거리에서 벌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오나 실험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멀어도 벌이 잘 찾아오자 심지어 천막까지 가지고 며칠 동안 야영 가듯 멀리 최대한 걸어가서 거기서 벌을 풀어서 벌이 오는 속도 및 방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또한 벌을 통에 담아서 방향 감각을 상실하도록 직접 손으로 열심히 붕붕 돌린 후 풀어주고 돌아오는 개체 수를 관찰하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이 무식하다시피 한 방법의 아이디어 제공자는 다윈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은 전면 부정 했다.
다윈과 파브르는 이 점으로 서로 싸우거나 하지 않았으나, 독실한 그리스도인인 파브르로서는 꼭 신앙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의 관찰에 의거한 논리로 반박하였다. 가령 곤충의 행동에는 학습이 아닌 본능밖에 없는데, 그 본능이란 게 곤충의 기본적인 생존은 물론 몇몇 경우에는 번식에까지 필연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나니벌, 호리병벌 등 사냥벌 종류의 번식법이 있는데 이들은 곧 태어날 자신의 애벌레의 먹이를 미리 잡아 마비시켜서 훗날 깨어나는 애벌레의 먹이로 만드는 습성을 가진 곤충이다. 그런데 마비에 실패해 먹이가 죽어서 썩어버리거나 혹은 마비에 깨어나서 도망가 버리면 애벌레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다. 도저히 학습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경지의 행위를 파브르는 이것이 타고난 본능에 의한 것이라 단정 지었다. 번식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자연 선택은커녕 종의 생존 자체가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윈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당시의 진화론 연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정작 다윈은 자신의 저서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다른 애벌레를 파먹고 자라는 벌을 왜 창조했는지 모르겠음>이라고 기생벌에 대한 감정 섞인 평을 내렸다. 현대 생물학에서 진화론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파브르의 냉철함과 다윈의 감성적인 면이 다소 아이러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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