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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주

우주에서 배운 삶과 죽음의 경계점 (2/8)

간천(澗泉) naganchun 2024. 6. 1. 03:08

우주에서 배운 삶과 죽음의 경계점 (2/8)

 

 

2, 지구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이번 비행에서 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폭 약 100mISS 가장자리로 가서 선외활동(EVA/extravehicular activity)을 했다.

 

ISS의 가장자리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헤드라이트로 아무리 비추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어둠>이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반사할 것이 없으면 빛으로 비추어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칠흑 같은 어둠과 마주했을 때, 처음으로 우주라는 허무의 세계에 닿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인류의 문명이 만들어 낸 ISS와 손가락 끝 하나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아닌 <경계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외활동(우주 유영) 중에는 항상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작업 중 우주 쓰레기가 우주복과 충돌하면 공기가 새어 나와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가혹한 우주공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배낭 같은 <생명 유지 장치>에도 한계가 있다. 산소통과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서 선외활동에서는 약 6시간의 제한된 수명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선외활동(우주유영)을 하는 동안은 <자신의 생명은 수 시간밖에 없다>고 항상 의식하면서 작업하게 된다.

실로 즉물적인 숫자로 자신의 한정된 생명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인생에도 지구라는 혹성에도 언젠가는 끝이 도래한다. 500년을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을 것이고, 지구는 수십억 년 안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이 될지도 모른다. 우주에 가서 자신의 남은 시간은 4시간뿐이라고 듣는다면 이 유한한 인생을 강렬하게 의식하게 되겠지. 그런 점에서 우주에서의 선외활동은 제한된 생명을 이해할 수 있는 궁극적인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ISS의 선외에 나와서 그 무엇에도 막히지 않고 마주한 지구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구 자체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빛나고 있다. 중력에 이끌려 우주공간을 떠다니면서 바라보는 지구는 ISS 내부에서와는 전혀 다른 거리감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