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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창신 갤러리 - 장마

간천(澗泉) naganchun 2018. 6. 28. 19:42




장마

 

구름이가 해를 가두려 해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해의 속절없는 퇴장

구름으로 빙 둘러쳐진 운해

서서히 그 헝겊 보자기 입구를 조이며

해를 오물오물 삼키는 海溝


그 구름 늪 속으로 사라져가는 해 자락

몽글 몽글 구름들이 둥그렇게 스크럼을 짜며

해를 에워싸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암전이 되는 하늘이다


구름이 해를 삼키는,

장마의 서막


해, 그 태양이라는 이글거리는 성질의 해는

힘도 못쓰고

빼꼼이 힘없이

하늘 깊은 저편으로

색 바래고 맥없이 저항도 없이


구름아 해를 놓아줘



이윽고 셔터 조리개가 닫히고

드리워지는 회색 하늘


연이어

금세라도 무대로 쏟아져 들어올 기세로

군무를 준비하는 백조의 호수 발레리노들의 빠른 발동작처럼


대기 중인 물방울들


발 동동 구르며


그렇게 비, 세차게 쏟아질 채비를 마치고 신호 기다리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맛비 교향곡

그런 장마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