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훈바바와의 사투
아침이 되어 잠을 깬 길가메시는 도끼를 잡고 엔기두에게 말하였다. <엔기두여, 이 향목을 잘라 눕히고 우루쿠에 가지고 가자. 틀림없이 우루쿠의 백성들은 좋아할 것이다.> 두 사람은 도끼를 휘두르고 향목을 잘라내었다. 고요한 숲속에 향목이 쓰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숲지기 훈바바는 거친 땅 울림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곧 훈바바는 자신이 관리하는 향목의 숲이 거칠어지고 있음을 눈치 채었다. <누구야, 나의 소중한 향목을 잘라내는 자는.> 훈바바는 분노했다. 하늘에 우레소리가 딜리고 땅이 흔들렸다. 길가메시와 엔기두 앞에 분노로 미친 훈바바의 모습이 나타났다. 갑자기 훈바바는 포효하였다. 훈바바의 입에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이 품겨졌다. 순간에 사람을 죽이는 숨을 토해냈다. 그 심함에 길가메시는 겁이 났다. 이제까지 체험한 바 없는 공포감이 길가메시의 온 몸을 휘돌았다. 그 때 엔기두가 소리쳤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길가메시여,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적이라도 두 사람이면 서로 협력하여 눕힐 수 있다.> 엔기두의 말에 용기를 낸 길가메시는 과감히 훈바바와 맞섰다. 그러나 훈바바의 힘은 정도를 넘은 것이었다. 차차 길가메시네는 좁혀 들어갔다. 길가메시는 하늘을 우러러 태양신 샤마슈에게 기도했다. <위대하신 샤마슈이시여, 나는 당신을 믿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는 여기서 다 끝나는 것입니까?> 길가메시의 기도를 샤마슈는 알아들었다. 태양신 샤마슈는 여덟 개의 거친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커다란 강풍, 몸을 애는 북풍, 심술궂은 바람, 모래 바람, 거친 바람, 얼음 바람, 분노의 바람, 열풍 등 여덟 개의 바람이 훈바바의 눈을 향하여 불어 닥쳤다. 훈바바는 눈을 뜨기조차 어려워 진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땅에 끓었다. 땅에 무릎을 굽힌 훈바바는 길가메시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길가메시시여, 나를 보아 넘겨 다오. 그러면 나는 너를 왕으로 숭배할 것이다. 나는 너를 따르는 신하가 되겠다. 그리고 내가 키워놓은 향목을 잘라 그 나무로 너의 궁전을 지을 것을 약속한다.> 그 때 엔기두가 소리 질렀다. <길가메시시여, 훈바바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훈바바를 살려주어서는 안 된다. 재앙은 뿌리 채 뽑아야 한다. 훈바바를 살려두면 어미 닭을 따르는 병아리처럼 훈바바의 새끼들이 차례차례로 태어나서 향목의 숲을 어지럽힐 것이다.> 에기두의 말을 들은 길가메시는 크게 수긍하고 손에 잡은 검으로 훈바바의 목을 힘껏 잘랐다. 그에 호응하듯이 엔기두가 한 번 두 번 훈바바의 목을 쳤다. 마침내 훈바바는 큰 땅 울림을 내면서 땅에 쓰러졌다. 그 땅 울림은 20킬로미터에 걸쳐 향목의 숲인 대지를 흔들고 이윽고 숲은 고요해졌다. 길가메시와 엔기두는 승리이 징표로서 향목의 나무를 잘라내고 그것을 양 어깨에 메고 <자, 돌아가자. 사랑하는 고향 우루쿠로.> 길가메시가 말하였다. <그리하자.> 엔기두는 답했다. 이리하여 향목은 우루쿠의 서울로 운반되어 길가메시와 엔기두의 최초의 모험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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