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돌봄의 시대 48 침묵의 무게 침묵의 심연

간천(澗泉) naganchun 2025. 7. 26. 05:33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입소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스스로 걸어 다니기도 하고, 말도 할 수 있으며,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상태는 점차 변화한다. 치매가 진행되거나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어지는 경우, 또 다양한 질환들이 그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거나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모두 한때는 목소리를 내며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3분의 1 정도는 이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고, 하루 종일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그저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케어 속에서 식사를 하고, 씻고, 잠을 자는 일상 속에 갇혀있다. 그들의 감정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희노애락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침묵의 상태다.

 

이런 침묵 속에서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그들이 왜 이렇게 침묵 속에 갇히게 되었을까?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들은 왜 말을 잃었을까? 단순히 말이 나오지 않는 신체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이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그들의 침묵은 뇌의 기능 장애로 인해 생긴 것일까, 아니면 그들 내면에 깊은 감정적 충격이 있어서일까?

 

침묵하는 어르신들은 식욕마저 줄어든 경우가 많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식욕이 왕성한 편인데, 침묵에 갇힌 이들은 식욕조차 사라져 버린 듯 보인다. 그들의 깊은 침묵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어떤 감정이, 어떤 기억이 그들을 그렇게 묶어두고 있을까? 나는 그 침묵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그 속에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들의 내면을 파헤쳐 보고 싶다.

 

나 또한 인생에서 여러 번 침묵을 수행해보려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다. 우리는 일상에서 말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렇기에 말을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대화의 중단이 아닌, 자신을 사회와의 관계에서 단절시키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은 왜 이렇게 침묵 속에 빠져버린 걸까?

그들이 굉장한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빠져 침묵하게 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들의 뇌가 더 이상 말을 생산해낼 수 없게 된 것일까?

 

침묵은 때로 필요하기도 하고, 어쩌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양원 어르신들의 침묵은 그런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그들의 침묵은 어쩌면 무력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거나, 말할 이유가 사라졌을 때, 사람은 침묵에 빠진다. 나는 그들의 침묵을 깨고 싶다. 그들이 다시 말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이 내면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들이 다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은 단순한 무언의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의 침묵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