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돌봄의 시대 39 잔존능력: 움직임여야 산다
간천(澗泉) naganchun
2025. 6. 22. 05:22
나이가 들면서 신체와 정신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저하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힘과 능력, 즉 '잔존능력'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잔존능력은 노인들이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들, 스스로 움직이거나 간단한 일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노년기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다 보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어르신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돌보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신체 기능을 더 빠르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다. 예를 들어, 워커를 사용해 스스로 걷는 어르신은 치매가 있더라도 식사를 스스로 하거나, 화장실을 혼자 가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도움을 주어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되면 근력 저하, 관절의 경직, 그리고 정신적 의욕 상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점차로 모든 신체 기능을 더욱 빠르게 퇴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요양원에서의 케어는 단순히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잔존능력을 최대한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나의 부모님도 이미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시다. 특히 어머니는 90이 넘으셨고, 다리가 불편하여 잘 걷지 못하신다. 그런데도 휠체어나 워커 사용을 극구 거부하신다. 매끼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하며 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나는 부모님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이제는 다른 어르신들을 돌보며 그들에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격려하고 있다.
부모님의 잔존능력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철학이 가끔은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 부모님의 잔존능력에 의지하며 위안을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이 스스로 밥을 차리고, 일상의 일을 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비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부모님과 떨어져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들의 잔존능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위로를 받는다.
노인 돌봄의 핵심은 그들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살리고, 일상적인 움직임을 독려하는 것이다. 누워서 지내거나 모든 것을 대신 해주면 어르신의 몸은 빠르게 퇴화하고 만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움직임조차 근육을 유지하고, 뇌의 활력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곧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움직임을 통해 잔존능력을 유지하고, 신체의 퇴화를 막는 것은 그들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물론 모든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도움과 독려를 통해 어르신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부모님을 돌보는 대신 지금 요양원에서 다른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스스로 움직이며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생각할 때, 한편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 분들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움직임은 생명을 살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자존감을 지켜준다고, 그것이 나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합리화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