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쾌감을 주는 비즈니스 용어는 사라지지 않는가.
왜 불쾌감을 주는 비즈니스 용어는 사라지지 않는가.
== 우리는 왜 여전히 그것을 사용하는가==
너무 자주 사용되어 스트레스를 주는 비즈니스 용어, 그러나 뜻밖의 사회적 기능도
현대의 직장에서 비즈니스 용어는 사람 간의 관계 방식을 형성하거나 지위를 나타내거나,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비즈니스 용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많은 직원들은 이러한 용어들 때문에 혼란을 느끼고, 소외감 혹은 불쾌함까지 경험한다.
8개국 8000명 이상의 비즈니스 인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동료가 비즈니스 용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고 느꼈다. 또 거의 절반이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스트레스로 이어져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답했고, 가능하다면 비즈니스 용어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비즈니스 용어를 사용하는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 용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비즈니스 용어의 변화
언어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미국 UCLA 언어학과 강사인 다리아 버르티나(Daria Burtina) 씨는 말한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단순히 사실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정체성, 소속감, 지위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용어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 회의를 버텨내는 것이 그 목표일지라도 말이다.
이는 관리자나 기업 부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 병원 응급실 접수처,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간 이웃들의 모임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에서나 전문 용어가 생긴다.
"우리가 선택하는 말은 항상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집단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지를 반영해 왔습니다."
"언어는 행동 뒤에 따라오는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 사는 방식,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이 바뀌면, 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말이 만들어지는 거죠."
예를 들어, 20세기 초의 직장 용어는 급속한 산업화에 필수적이었던 생산성 극대화, 정밀함, 정확성 같은 가치를 강조했다.
2010년대에는 페미니즘 제4의 물결과 사회 운동의 부상으로 다른 우선순위가 부각되었고,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무의식적 편견", "포용적 리더십" 같은 용어가 대세가 되었다.
팬데믹 이후에는 하이브리드 근무의 확산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가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지를 아직도 고민 중인 현대 문화를 상징하듯, "조용한 퇴사", "커피 배징(출근 스탬프만 찍기 위해 잠깐 사무실에 나오는 것)"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연결과 분리
비즈니스 용어가 우리의 상황과 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왜 이토록 복잡한가? 그럼 본래 목적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유된 용어는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줍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나는 이곳에 속해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라고 미국 USC 마샬 경영대학의 조직학 부교수 에릭 애니시치(Eric Anicich) 씨는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용어는 현실을 묘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애니시치에 따르면 "내부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을 구분 짓고, 현실을 재구성하는" 기능도 한다.
종종 조직은 바람직하지 않은 의도를 숨기거나 자신들의 행동이 미치는 실제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비즈니스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합성 CDO", "증권화 상품의 트랑슈" 같은 용어들은 "실제 위험성을 가리는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애니시치 씨는 지적한다.
또한 대량 해고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운사이징", "재구성", "리엔지니어링" 같은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애니시치 씨가 자카리아 브라운, 아담 갤린스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 용어는 인상 조작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인사 평가에서 지위가 낮은 직원일수록 비즈니스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능이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용어는 ‘언어 버전의 고급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실용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언어를 통해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 조직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피할 수 없는 존재
그렇다고 비즈니스 용어를 모두 간단한 말로 바꾸는 게 최선은 아니다.
"비즈니스 용어는 본질적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라고 애니시치 씨는 말한다.
실제로 비즈니스 용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 스며들어 있으며,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코드 블루’, ‘삽관’ 같은 단어를 TV 드라마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죠."라고 버르티나 씨는 말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수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이것은 전문 용어가 원래의 영역을 넘어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되며,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이나 현상을 말로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인 방식보다는, "비즈니스 용어가 건설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공유 언어가 이해를 도와주는가, 아니면 중요한 정보를 감추고 있는가?
사람들이 논의에 기여하도록 독려하는가, 아니면 공동체 의식을 방해하고 있는가?
직원들이 눈앞의 업무보다 ‘행간 읽기’에 더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우리의 언어가 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벽을 쌓고 있다면, 직장에서의 대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 원글 = 앤젤 마르티네즈(Angel Martinez)/번역=아라이 한나(荒井ハンナ)
* 일본어원문=嫌れるビジネス用語はなぜなくならないのか、私たちはなぜそれでも使い続ける のか
* 출처=https://news.yahoo.co.jp ›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