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하루는 어르신들의 삶과 정성스럽게 맞닿아 있다. 그중에서도 세탁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단순히 옷과 침구를 깨끗이 하는 것을 넘어, 어르신들에게 작은 안정과 기쁨을 주는 과정이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를 만지며 정리하는 순간순간은 작은 따뜻함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르신들은 목욕을 마친 뒤 새 옷으로 갈아입으신다. 깨끗한 메리야스와 내의, 상의와 바지, 그리고 부드러운 양말까지 하나하나 준비된다. 그 순간은 마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정갈하고 의미 있다. 때로는 옷에 오염물이 묻었을 때, 요양보호사가 서둘러 여벌빨래를 한다. 기저귀 케어 중 생긴 작은 사고라도 다른 빨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다용도실에서 세심하게 헹구고 깨끗하게 정리한다. 그 과정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어르신의 하루를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의 손길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옷을 고르고 싶어 하실 때도 있다. “이 옷은 싫어요, 저걸로 입을래요.” 원하는 옷을 골라드리고, 그것으로 갈아입히는 순간, 어르신들의 미소가 새롭게 피어난다. 그 작은 선택은 어르신들에게 여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율성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빨래는 옷뿐만이 아니다. 매트리스 커버, 이불, 반시트, 수건 등 어르신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모든 것이 세탁실로 모인다. 각 층에서 모아진 빨래 바구니는 세탁기로 옮겨지고, 깨끗하게 씻겨진 뒤 건조기로 건조된다. 건조 후에는 따뜻하게 잘 마른 빨래들이 카트에 실린다. 수건은 수건대로, 매트리스 커버는 커버대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다시 각 층으로 돌아온다.
빨래를 개키는 작업은 요양보호사들의 몫이다. 어르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명찰 바구니를 들고, 옷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하며 빨래를 정리한다. 때로는 이름이 흐릿하게 지워져 누구의 옷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퀴즈가 시작된다. “이 옷 누구 거지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케이 요양보호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한다. “이미자 어르신 겁니다.” 그 확신에 찬 대답은 마치 오래된 탐정이 실마리를 한눈에 알아보는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다. 주변 동료들은 그 답에 감탄하며 엄지척을 보낸다. "어쩜 그렇게 잘 알아요?"라는 물음에 그는 미소만 짓는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의 상태, 생활 패턴, 취향 등을 세심히 관찰하며 익힌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성이다.
빨래를 개키며 뽀송뽀송한 천의 감촉을 느끼는 시간은 보호사들에게도 기분 좋은 순간이다. 잘 정리된 옷을 어르신들의 옷장에 차곡차곡 수납할 때는 작은 성취감마저 든다. 어떤 어르신은 옷을 확인하며 "내 옷이야?" 하고 반가워하시고, 어떤 분은 "고맙다"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신다. 어르신들에게는 자기 이름이 붙은 옷과 소지품이 자신의 공간에 잘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큰 안도감을 준다. 여기서 자기만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남아 있는 소중한 자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빨래는 단순히 옷과 천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르신들에게 작은 안정과 따뜻함을 전달하는 과정이며, 요양보호사들에게는 하루의 정성과 보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빨래가 만들어내는 뽀송뽀송한 향기는 어르신들에게는 평온을, 보호사들에게는 하루의 성취를 안겨준다. 이렇게 빨래는 모두의 하루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