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돌봄이 시대 12 휠체어 워커 그리고 보행자 :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간천(澗泉) naganchun 2025. 3. 9. 05:41

요양원의 하루는 마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뮤지컬 같다. 거기에는 주인공이라 부를만한 존재는 없다. 대신 각자의 삶을 묵묵히 연기하는 어르신들이 무대 위를 채우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저마다의 연기를 펼치듯, 이곳의 어르신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저 멀리 한 어르신이 워커를 살짝 들어 올리며 천천히 걷는다. 그는 워커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걷는 법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뒤에는 다른 방에서 나온 어르신이 조용히 따라온다. 이 어르신은 워커를 밀면서 한 방에서 또 다른 방으로 문을 기웃거린다. 마치 무대의 한 장면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두 배우가 우연히 교차하는 순간 같다.

 

한쪽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바퀴를 굴리며 이동하는 할머니가 보인다. 힘겹게 손으로 휠을 밀어 내 몸을 앞으로 보낸다. 그 옆을 지나가는 또 다른 어르신은 구부정한 자세로 워커를 밀며 거실을 천천히 돌고 있다. 그의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불안정하지만, 그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눈길을 돌리면 스스로 걸어가는 어르신이 있다. 걸음걸이는 불안정하고 휘청거린다. 옷매무새도 단정하지 않다. 바지는 삐뚤어져 있고, 윗도리는 일부만 바지 속에 들어가 있다. 그 모습은 다소 엉성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또 다른 어르신은 워커를 꼭 끌어안은 채 ㄱ자로 완전히 구부러져 이동한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고 가는 듯하다. 그리고 저쪽 끝에서는 좀비처럼 힘없이 워커를 밀며 나아가는 이도 있다.

 

거실의 소파는 또 하나의 작은 무대다. 커다란 몸집의 할머니가 3인용 소파를 옆으로 누워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의 전용 무대인 양 편안히 잠들어 있다. 그 옆에는 두 할머니가 서로 기대어 앉아 졸고 있다. 그 모습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무언의 위로를 주고받는 장면처럼 따뜻하다.

 

거실 중앙에는 커다란 식탁 겸 책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주위에는 어르신들의 움직임이 엮여 하나의 작은 춤을 완성한다. 때로는 누군가 머물기도 하고, 때로는 비워져 있기도 한 그 공간은 이 뮤지컬의 중심 무대 같은 존재다.

 

이 모든 풍경 속에서 요양보호사들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들의 손길은 무대 위의 배우들을 돕는 스태프처럼 분주하다.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어르신들의 느린 속도와는 대조적으로, 보호사들은 마치 강렬한 리듬의 곡에 맞춰 춤추듯 움직인다.

 

요양원의 일상은 그렇게 이어진다. 한 편의 뮤지컬처럼,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한데 어우러져 커다란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그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도, 웅장한 주제곡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 자체가 곧 음악이고, 그들의 발걸음과 움직임이 곧 무대 위의 퍼포먼스다. 이곳에서는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 특별한 앙상블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