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돌봄의 시대 8. 밥 들어가요~!!

간천(澗泉) naganchun 2025. 2. 23. 09:36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이동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하루에 한 번은 휠체어로 이동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어르신들은 하루 종일, 혹은 거의 매일 누워만 계시기도 한다. 목욕을 하거나 체조나 물리치료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저 침대에 누워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에는 콧줄을 끼고 경관식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분들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 물조차 마실 수 없어, 모든 영양과 수분을 콧줄을 통해 공급받는다. 경관식을 시작하게 되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분들과 소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경우, 그들은 눈을 뜨고 있어도, 깨어 있는 듯해도, 말을 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이빨을 갈기 때문에 입에 마우스피스를 껴야 한다.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이를 닦아 드린 후 다시 입에 끼워 드릴 때, 그들의 몸이 저항하거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요양보호사는 경관식을 준비하고 (베이지색의 단백질 음료를 따뜻하게 데우고, 따신 물을 준비한다) 어르신의 콧줄을 통해 천천히 주입하며 그들에게 다정하고 정성스레 말을 건넨다. "이제 김치 들어가요", "밥 한술 들어가요", "생선이 맛있게 구워졌어요", "고기 들어 갑니다" 라고 말을 해드린다. 이 말은 사실 모두 거짓말이다. 그저 두유 같은 단백질 음료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통해 어르신들이 맛있는 음식을 드시는 상상을 하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들이 말을 할 수 없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일방적이라 해도, 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고 느낀다.

 

요양보호사로서 일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따뜻한 소통의 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누워만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볼 때, 소통의 의미는 더욱 깊고 특별하다. 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지내며,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어려운 분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소통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경관식을 주입하면서 "이제부터 식사 시간이에요"라고 말하고, 식사가 끝나면 "식사 끝났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어르신들과 나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식사를 나눈다는 따뜻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양치질을 할 때도 "조금 아플 수 있지만, 살살 할게요"라고 말하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덜 느끼길 바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어르신들이 비록 말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그들이 나와 소통하고 있음을 느낀다.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살짝 움직이는 작은 반응들은 그들이 나의 말과 행동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 순간, 나는 그들과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요양보호사의 일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소통이다.

 

물론 모든 요양보호사가 이런 방식으로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요양보호사들은 경관식을 주입한 후, 그 자리를 떠서 다른 일을 해야 할 만큼 바쁘다. 그러나 나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그 30분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 동안 그들의 곁을 지키려 노력한다. 30분의 시간은 경관식이 서서히 천천히 한 방울 한방울 주입되는 시간이다. 그들은 몸이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적인 연결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의 순간들은 어르신들에게 작은 변화들을 불러온다. 경직되었던 손이 서서히 펴지거나, 굳게 닫혔던 눈이 살짝 뜨이는 것 같은 반응들은 그들에게도 봄의 기운처럼 생명의 온기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겪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삶에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소통이라고 부르는 것이 반드시 말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의 작은 행동들이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돌봄을 넘어선,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경관식**이란, 음식물을 입으로 섭취할 수 없는 경우에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는 특수 영양식입니다. 보통 환자의 위나 장으로 직접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경관(튜브)을 통해 제공됩니다. 주로 위장관 기능은 정상적이지만 입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경관식은 전문 의료진의 처방과 관리 하에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용 사례:

 

- 수술 후 회복기 환자

 

- 연하 곤란(삼킴 장애)이 있는 환자

 

- 중증 질환으로 입으로 영양 섭취가 어려운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