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7. 마지막 집일지도 몰라 !?
인생 마지막 집이 된 요양원,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적응
주서니 어르신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아한 품격을 자랑하는 분이다. 곧고 단정한 옷 매무새와 고운 미소는 누가 봐도 여유로운 삶을 살아온 인상을 풍겼다. "덕천에서 왔어요"라며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어르신은 매번 요양보호사들을 향해 "아구, 천사가 따로 없네"라며 고개를 숙이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 칭찬 속에는 깊은 고독과 아련함이 배어 있는 듯했다.
주서니어르신은 처음에는 활발하게 요양원 복도를 오가며 워커에 의지해 운동도 하고, 다른 어르신들과도 잘 어울리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야위어가며 걸음은 느려지고, 허리는 점점 앞으로 숙여졌다. 얼굴에 늘어가는 주름은 세월의 무게와 고단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인지가 좋은 편인 주서니 어르신은 화장실을 혼자 다니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화장실 바닥에 변이 남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팬티형 기저귀를 착용하게 되었고, 어르신은 자신이 놓쳐버린 자존감을 채우려는 듯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큰아한테 전화 좀 해주이소"라는 간곡한 부탁이 2초 단위로 매일 반복되었다.
요양보호사로서 규칙상 보호자와 직접 연락할 수 없는 우리는 할머니의 반복된 요청에도 전화를 해드릴 수 없었다. 그 끈질긴 부탁은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보호자와의 연결이 차단된 상황에서 어르신의 요구는 아들에게 갈 수 없는 갈망과 그리움을 매일 새롭게 재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복지사 및 간호사 선생에게 이런 사항을 전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업무 공유를 한다.
주서니어르신의 아들이 가끔 면회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르신은 기뻐하기보다는 멍한 표정으로 올라왔다. 아들과 함께 집에 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을 놓아버리듯 한 걸음 한 걸음 요양원 안으로 되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의 아들을 찾는 소망은 점차 사라졌다.
치매 속에서도 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 때문일까?
어쩌면 주서니어르신은 조용히 "그래, 여기가 내 집이구나. 여기서 살아가자"라고 스스로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이웃 어르신들과 조금씩 정을 나누며, 소소한 재미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이 3주간의 반복적인 요구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았다. 귀찮고 고단하게 느껴졌던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르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요양원은 겉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곳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어르신을 모시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안심과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곳이라는 현실을 절감했다. 어르신의 마음속에 남은 아들에 대한 갈망은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와 단절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이었다.
노년의 삶에서 가족과의 분리는 심리적 공허감을 극대화한다. 어르신들은 그 공허감을 스스로 견뎌내야 하며, 요양원의 낯선 환경 속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주서니 어르신의 모습은 어쩌면 치매의 증상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엄마로서의 본능과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혼재해 있었다. 그 간절한 외침과 묵묵히 받아들이는 침묵 속에서 우리는 노년의 삶이 가지는 무게와 소외의 아픔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