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30. 천지로 관을 삼는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33


우화 30. 천지로 관을 삼는다.


  장자의 병이 위독하여 임종하는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려 했다. 그러나 장자는 이를 거절하여 말하기를 “하늘과 땅이 곧 나의 널이요, 해와 달과 별은 보배 그릇이요, 만물은 장례식에 모인 조문객이다. 이 위에 또 무엇을 더할 것이 있겠는가? 이대로 밖에 버려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의 몸뚱이를 까마귀와 솔개가 먹게 될 것입니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땅 위에 놓아두면 새에게 먹히기도 하리라. 그러나 땅 속 깊숙이 묻는다고 해도 결국은 벌레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굳이 한 쪽에서 빼앗아 다른 쪽에 준다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고 또한 인위적으로 공정을 꾀하는 것은 공정이 될 수 없으며, 의식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려는 것은 참다운 순응이 아니다. 자신이 영리함을 믿고 지혜를 쓰면 도리어 사물의 지배를 받게 되지만 참다운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저 무심히 사물에 순응할 뿐이다. 결국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영리한 사람은 참다운 지혜를 따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 판단에 얽매여 재주를 부리며, 끝내 속박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느냐 ?”고 말하였다.(장자 잡편 열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