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28. 장자 조릉에서 뉘우치다.
우화 28. 장자 조릉에서 뉘우치다.
장자가 어느 날 조릉(雕陵)의 밤나무 숲에서 놀다가 이상한 까치 한 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까치의 날개는 7척이나 되고, 눈동자의 크기도 한 치가 넘었다. 그런데도 그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서 밤나무 숲에 앉았다. 이에 장자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게 무슨 새인가 ? 저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서도 높이 날지를 못하고, 저렇게 큰 눈을 가지고서도 사람도 보지 못하는가? 그런 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빠르게 걸어서 화살을 잡고 그 새를 노려보았더니 그 새는 앞에 버마재비를 잡으려고 노려보고 있었고. 그 버마재비는 기분 좋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자기 자신도 잊고 노래하고 있는 매미를 잡으려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새는 장자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있고, 버마재비는 새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매미는 버마재비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이 꼴을 보고 탄식하였다.
“아아 만물은 서로 이해가 얽혀 있구나. 매미는 나무 그늘에서 즐길 줄은 알고 있어도 자신이 곧 버마재비에게 잡힐 것은 모르고 있고, 버마재비는 매미를 잡을 생각만을 하고 곧 까치의 밥이 되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까치는 버마재비를 잡을 생각만 하고 장자의 살에 맞을 것은 모르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참된 처지를 모르는 것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화살을 버리고 그 뜰을 나오려는데 이 때 밤나무 숲을 지키던 사람은 장자가 밤을 따러 가려는 도둑인줄 알고 뒤를 쫓아오면서 그대는 누구인가 ? 이 뜰에는 무단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네 하고 야단을 맞았다. ”인생은 조릉의 장자와 같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장자 외편 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