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27. 장자 해골과 이야기를 나누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31


우화 27.  장자 해골과 이야기를 나누다.


  장자가 초(楚) 나라로 가는 길에 속이 빈 해골을 만났다. 그 해골은 바싹 마른 형태로 남아 있었다. 장자는 말채찍으로 그 해골을 때리면서 말했다.

 “그대는 삶을 탐하다가 도리를 잃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혹 그대는 나라를 망친 일 때문에 사형을 당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또 혹은 그대는 나쁜 일을 하여 부모 형제에게 오명을 남긴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살이라도 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춥고 배고픈 근심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가? 또 혹은 그대는 천수를 다 살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말하고 장자는 그 해골을 끌어다 베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장자의 꿈에 해골이 나타나서 말기를

“그대의 말은 마치 변사(辯士)의 말과 같네. 하지만 그대가 말한 여러 가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괴로움이고 나처럼 죽은 사람은 그런 걱정이 없다네. 그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하고 말했다. 이에 장자는 말하기를 “그렇게 하세.”

  이에 해골이 대답하여 말하기를.“음의 세계에는 위로 임금도 없고, 아래로 신하도 없으며, 또한 사계절의 변화도 없네. 오직 조용히 천지와 수명을 같이할 뿐이네. 거기에서는 임금의 즐거움도 그 즐거움을 지나치지는 못하네.”하고 말했다. 그러나 장자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생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하여금 그대의 형체를 재생시켜서 그대의 골육과 피부를 되살리게 하여 그대의 부모처자와 그대의 마을 사람에게 알리려 한다면 그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가?”그러자 해골은 눈썹을 몹시 찡그리면서 말하기를

“내가 어찌 마치 임금님의 즐거움과 같은 여기에서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나가서 고생을 하겠는가?” 했다.(장자 외편 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