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26. 장자, 아내의 시신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30
우화 26. 장자, 아내의 시신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
장자의 아내가 죽어서 친구인 혜자가 문상을 갔는데, 마침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물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에 혜자가 말기를
“자네는 부인과 같이 살면서 자식도 양육하고 몸이 함께 늙어가다가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은 것은 혹 그렇다 해도 물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
그러자 장자가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네. 아내가 처음 죽었을 때 내가 어찌 슬퍼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처음을 살펴보면 원래 아무런 생명도 없었네. 생명이 없을 뿐 아니라 본래는 형체도 없었네. 형체가 없을 뿐 아니라 본래는 기(氣)도 없었네. 흐릿하고 아득한 사이에 섞어 있다가 변해서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해서 생명이 갖추어진 것일세. 그것이 지금 또 바뀌어 죽음으로 간 것일 뿐이네. 이것은 춘하추동의 네 계절이 번갈아 운행하는 것과 같네. 그 사람은 바야흐로 천지라는 거대한 방에서 편안히 자고 있을 뿐이네.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따라서 운다면, 나 스스로가 천명에 통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울기를 그쳤네.”하고 말했다.(장자 외편 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