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22. 왕이 읽은 바는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27
우화 22. 왕이 읽은 바는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다.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에 윤편(輪扁)은 대청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편은 망치와 끌을 놓고서 환공에게 물었다.
“대왕께서 읽으시는 책은 무슨 책입니까 ?”
환공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성인의 말씀이니라.”
윤편이 다시 물었다.
“그 성인은 지금 살아 계십니까?”
환공이 대답하였다.
“이미 돌아가셨느니라.”
윤편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대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 사람의 찌꺼기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책을 읽는데, 수레바퀴나 깎는 네놈이 무슨 참견이냐 ? 네가 변명할 구실이 있으면 모르지만, 만일 변명을 못한다면 죽이리라.”
이때 윤편이 말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의 경험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느리게 깎으면 헐렁해서 꼭 끼이지 못하고, 빨리 깎으면 빡빡해서 돌아가지 않습니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것은 손에 익숙하여 마음에 응하는 것이어서 입으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는 익숙한 기술이 있는 것이지만, 저는 그것을 제 자식에게 가르칠 수가 없고, 제 자식도 그것을 저에게서 배워갈 수가 없어서 이와 같이 제 나이가 일흔이 될 때까지도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날의 성인도 마찬가지로 깨달은 바를 남에게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 읽으시는 것도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장자 외편 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