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18. 도를 어떻게 깨치는가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24


우화 18. 도를 어떻게 깨치는가


  철인 남백자규(南伯子葵)와 득도자 여우(女偶)와의 문답을 빌어서 득도자인 여우한테서 도란 스스로 불생불사하여 일체 만물을 생성시키고 소멸시키는 우주의 근원적인 원리라는 설명을 듣고, 자규는 여우에게 질문하여 말하기를 "지금까지 설명한 말씀을 당신은 누구에게서 들었습니까."하고 질문한바 여우는 도의 체득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맨 먼저는 부묵(副墨)의 아들한테서 들었다. 부묵이란 문자를 말한다. 부묵의 아들은 누구한테서 들었습니까. 그는 낙송(洛誦)의 손자한테서 들었다 하는데 낙송이란 문구를 암송하는 것을 말한다. 낙송의 손자는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첨명(瞻明)한테서 들었는데 첨명이란 실제의 일을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첨명은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섭허(聶許)한테서 들었는데 섭허란 귀로 듣는 것을 말한다. 섭허는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수역(需役)한테서 들었는데, 수역이란 행동으로 나타나는 실천을 말한다. 수역은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어구(於謳)한테서 들었는데, 어구란 탄식하여 소리 내는 것으로 말한다. 이 어구는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현명(玄冥)한테서 들었는데 현명이란 어두워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현묘하고 불가사의한 경지를 말한다. 현명은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삼요(參寥)한테서 들었는데 삼요란 세 가지의 적막함을 말하는데 하나는 생(生)이고, 하나는 사(死)이고, 또 하나는 생도 아니고 사도 아닌 것이다. 삼요는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하면 의시(疑始)한테서 들었는데 의시란 만사를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자, 암송, 목격, 청문, 행동, 탄식, 유현, 삼료, 의문의 순서로서 도를 깨치는 순서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상을 역순으로 생각해보면 인간의 지식은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의문에 몰두하면 생사를 잊고 삼료 현명의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고, 탄식의 탄성이 일어나며, 마침내는 인간의 행동으로 나타나며, 사람들의 이목에 비추어지고, 언어로서 전해져 문장으로 남게 된다. 문서는 지식의 입문이기도 하지만 참 지식의 종말이기도 하다.(장자 내편 대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