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17. 애태타는 추남이로되 달관했다
우화 17. 애태타는 추남이로되 달관했다.
노(魯) 나라에 형벌로 발이 잘린 올자, 애태타라는 추남이 있었다. 추남이지만 대단히 인기가 있어서 그와 같이 있는 남자는 그를 사모하여 떠나지 못하고, 특히 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그의 첩이 되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노나라 군주인 애공(哀公)이 이상하게 여겨 공자에게 물어보았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돼지 새끼가 그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새끼들은 깜짝 놀라서 그만 그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것은 그 어미가 옛날처럼 그들을 보아주지 않은 까닭이요, 또 그들도 옛날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개 그 어미를 사랑하는 것은 그 모양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을 부리는 마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제 저 애태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이 미더워하고, 공이 없어도 사람이 친해오며, 남으로 하여금 자기의 나라를 맡기면서도 혹시나 받지 않을까 염려하게까지 하였으니, 이것은 반드시 그 재능(하늘에서 받은 선천적인 재능)이 완전하고 그 덕(자기 수양으로 얻은 후천적인 도덕)은 드러나지 않은 사람인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재능이 완전하다함은 “죽음과 삶, 곤궁함과 영달함, 가난함과 부함, 헐뜯음을 당함과 칭찬을 받음,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나 더위 등등은 모두가 인간의 세계에 나타나는 인사의 변천이며 천명의 운행으로서 밤낮으로 우리 눈앞에서 갈아들지마는, 어떠한 지혜로서도 그 유래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능이 온전한 사람에게는 그런 것들은 그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게 할 것도 못되고, 또 그 영부(靈府) 곧 정신이 사는 집을 흔들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평화롭고 유쾌한 기분은 언제나 떠돌아서 마음의 기쁨을 잃지 않으며, 또 그것은 밤낮으로 쉼이 없어서 만물과 더불어 봄기운 속에서 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은 모든 사물에 접촉해서 그 마음속에 하나의 때 곧 만물 생성의 봄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일컫는바 재능이 완전하다는 것입니다.(장자 내편 덕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