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14. 만물은 모두가 같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22


우화 14.  만물은 모두가 같다.


   노(魯) 나라에 형벌로 발이 잘린 올자(兀者), 왕태(王駘)라는 사람이 있었다. 대단히 인기가 있어서 그에게서 배우는 제자가 공자의 문하에서 배우는 제자의 수와 맞먹을 정도였다. 노(魯) 나라의 현인 계상(季常)이란 사람이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그 이유를 공자에게 물렀다.

  “왕태는 올자(兀者)이지만, 그를 따라 배우는 자는 당신의 제자 수와 노나라의 반반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서도 가르치지 아니하고 앉아서도 깨우치는 바 없지마는, 그를 따르는 사람은 빈 채로 갔다가 가득 채워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눈에 보이는 가르침은 없어도 과연 말하지 않는 가르침이 있어서 마음으로 느끼어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 말하기를 "그는 성인(聖人)이다. 나도 진작 한 번 가서 뵈려 했으나 기회를 놓쳐 못 갔을 뿐이다. 나도 장차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거든, 하물며 나만도 못 한 사람에 있어서이랴. 그리고 다만 노나라뿐이겠느냐. 나는 장차 천하를 이끌고 그를 따르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계상(季常)이 말하기를 “그는 올자이면서도 버젓이 선생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습니다. 그런 사람의 마음 쓰는 법은 대체 어떠한 것입니까.”

  공자가 말하기를 "생사의 문제는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일이지만 그 생과 사마저도 그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는 표면의 현상을 초월한 진실 된 이치를 밝게 알고, 사물의 변화에 따라 마음을 바꾸는 일이 없다. 모든 사물의 변화는 천명에 따르는 것으로 알고, 변화의 근본에 있는 불변의 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자 계상이 묻기를 "그것은 어떠한 것입니까."

  공자 말하기를 "사물을 차별하는 관점(差別觀)에서 본다면 같은 신체 속에 있는 간과 쓸개와의 사이도 초(楚) 나라와 월(越) 나라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같다는 관점(平等觀)에서 본다면 만물의 개개는 하나이다. 이러한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으로서는 자신의 마음을 모두 하나가 되어서 화합하는 경지에서 노닐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은 만물을 볼 때 그 동일한 본질만을 보고, 개개의 사물의 이해득실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발 하나쯤 잃어버려도 흙덩이 하나 버린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장자 내편 덕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