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12. 죽음은 때에 순종하는 것이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20
우화 12. 죽음은 때에 순종하는 것이다.
노담이 죽었을 때에 그 친구인 진실(秦失)이 문상을 가서 그저 세 번 곡을 하고 나와 버렸다. 노자의 제자가 말하기를 “우리 선생님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십니까?" 하고 묻자 진실이 말하기를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제자는 ”그렇다면 문상을 그렇게 해서 되겠습니까?‘ 하고 힐난했다. 이에 진실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 그렇다. 내가 처음에는 그를 뛰어난 사람이거니 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다. 아까 내가 문상하러 들어가 보니 늙은이는 자기 아들을 잃은 듯이 울고, 젊은이는 자기 어머니를 잃은 듯이 울고 있더구나. 그가 그 사람들의 정을 이처럼 모은 까닭은 반드시 그가 그 사람들에게 칭찬하는 말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칭찬하는 말을 하게하고, 그들에게 울기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삶과 죽음은 천명에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지 못하고 울도록 하였기 때문이리라. 이것은 하늘에서 벗어나고 자연의 정을 배반하여 타고난 바를 잊어버린 것이니, 이것을 둔천(遁天)의 형벌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그가 어쩌다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때가 되었기 때문이요, 그가 어쩌다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은 순(順)한 때문이다. 그 때에 편안하고 그 운명에 맡기면 슬픔과 즐거움이 마음을 흔들지 못하는 것이니, 옛날에는 이것을 제(帝)의 현해(懸解)라고 일컬었던 것이다. 섶(육체)은 다 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불(생명)의 전하는 것은 다함이 없는 것이다.(장자 내편 양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