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7. 아는 것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16

우화 7. 아는 것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설결(齧缺)이라는 사나이가 그의 스승인 왕예(王倪)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모든 존재가 한 결 같이 시(옳다)라고 긍정할 수 있는 근원적인 진리 곧 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아십니까?”

“나는 전혀 모른다.”

“그러면 선생님이 모른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그것도 모른다.”

“그러면 일체는 알 수 없는 것인가요?”

“그것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모처럼의 질문이니까 조금 말해보자.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설명하는 경우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고서는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언어의 한계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조금 말해보기로 하자. 일체 인간이 안다는 것 곧 판단은 전혀 상대적인 것이라서 이것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지금 혹시 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알고 있음은 실은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대로 모른다고 해도 그 모른다 함은 실은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람이 습기 찬 곳에서 자면, 허리 병이 나서 반신불수가 되어 끝내는 죽게 되는데, 미꾸라지도 그러한가?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면 몸이 떨리며 두려운데, 원숭이도 그러한가? 이 세 가지 거처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거처인 줄을 누가 알겠는가?  사람은 소와 돼지의 고기를 맛있게 먹고, 사슴은 풀을 뜯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나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다. 이 넷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맛을 안다고 하겠는가? 원숭이는 편저로서 짝을 삼고 고라니는 사슴과 짝하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논다. 모장과 여희는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물고기가 그들을 보면 겁내어 깊이 숨어버리고, 새들이 그들을 보면 높이 날며, 고라니나 사슴은 결사적으로 도망치니, 이 네 가지 중에 어느 것이 천하의 바른 색을 안다고 하겠는가?

 내가 볼 때 인의의 단이나 시비의 갈림이 어수선하게 어지러우니 내 어찌 그 구별을 알겠는가?(장자 내편 제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