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6. 무하유지향에 나무를 심어 소요한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15
우화 6. 무하유지향에 나무를 심어 소요한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개똥나무라 부른다네. 그 밑동은 흙투성이라서 먹줄을 칠 수가 없고, 작은 가지들도 꼬불꼬불해서 자로도 쓸모가 없다네. 그러므로 이 나무는 목수조차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네. 지금 그대의 말도 이 나무와 같아 크다 할뿐 무용의 물건이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일세."
그러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는 삵괭이를 본 적이 있는가? 그놈은 땅에 납작 엎드려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가 먹이를 발견하게 되면, 주위의 지면의 높낮이도 안중에 없이 이리저리 날뛴다네. 그러다가 결국은 덫에 걸리든지 그물에 뛰어들어 죽는다네. 그러나 지금 저 소들도 그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만큼이나 크지만 한 마리의 쥐를 잡을 만큼 재빠르지는 못하네. 지금 자네는 모처럼 큰 나무를 가졌음에도 그것이 쓸모없음을 걱정하고 계신 모양이네만, 왜 그것을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인 광막한 들에다 심어 놓고, 그 주위에서 무위로 날을 보내며 소요하다가, 나무 그늘에서 유유히 낮잠이나 자려 하지 않는가? 그러면 그 나무는 도끼에 베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아무에게도 해를 입을 염려가 없으니, 비록 그것이 무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무슨 괴로움이 있겠는가?(장자 내편 소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