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3. 허유 왕위를 거절하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13


우화 3. 허유 왕위를 거절하다.


  요임금이 은자 허유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하여 말하였다.

선생과 같은 위대한 인격자를 제쳐놓고 나 같은 인간이 천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마치 대낮에 횃불을 밝히는 것이나, 때맞추어 비가 내려 논에 물이 가득한데 물을 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나를 대신하여 천자의 자리에 앉아 주었으면 합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아 졸렬함에 부끄럽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에 허유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당신이 잘 하고 있는데, 내가 대신한다는 것은 나보고 명예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까. 말하자면 주인이 없는 손님이 되라는 것입니까. 나는 깊은 숲 속에 있는 굴뚝새 또는 물가에 사는 두더지 같지만, 굴뚝새는 깊은 숲 속에 둥지를 틀지만 오직 나뭇가지 하나로 족하고, 강가의 두더지는 강물로 목을 축이지만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법입니다. 내가 천하를 얻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제주가 제사를 모시고, 요리사가 제수를 차리는데, 요리사가 제수를 차리지 아니한다고 하여, 제주가 부엌에 나가서 술그릇이나 도마를 빼앗지는 아니하는 법입니다. 제발 이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하고 요임금의 청을 물리쳤다.

  이 이야기는 허유 자신은 시축(尸祝) 곧 제주이고 요임금은 포인(庖人) 곧 요리사에 비유하여 유가에서 성인으로 떠받드는 요임금을 비방하려는 의도가 있다.(장자 내편 소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