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나무의 시간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34) 나무의 시간
미국 매사츄세츠 공과대학 (MIT)내에 설치된 연구소 ‘MIT Media Lab’ 에서는 「CityFarm」이라는 식물공장이 있다고 한다. 이 식물공장 프로젝트는 식량의 안정 공급을 목적으로 새로운 야채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식물의 생육환경을 인공지능으로 최적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식물에 센서를 설치하여 생물 정보를 모니터링 한다. 농작물에 언제, 어느 정도의 영양제를 살포할 것인지, 그리고 LED 램프 광량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고 자동 조절한다고 한다. 식물에 제공하는 영양제에는 해당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정확하게 계산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CityFarm의 작물은 자연에서 키운 경우보다도 3배에서 4배 이상 빠르게 성장한다고 한다.
이렇게 농업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적용한 정밀농업 서비스를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정밀 농업이란 지금까지 농가의 오랜 세월의 경험과 감으로 대응해 왔던 ‘편차’를 과학적으로 관리해가는 수법이다. 「세분화된 농장을 데이터로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농약이나 비료 투입량의 낭비를 줄이면서 수량이나 품질을 향상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결과가 인류에게 정말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야채들이나 농작물은 빠르게 키워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저 싱그러운 커다란 나무들은 하루아침에 빨리 키워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의 시간을 우리가 가늠할 수 있으려면, 우리 한 세대를 살고 몇 세대가 기록으로 넘겨받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
과일이나 야채들과 달리 나무들의 시간은 우리가 보기에는 더디고 더디고, 느리고 느리게 멈춰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무들의 시간은 과연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내용으로 흘러가고 축적되는 것일까.
나무를 보면 우리는 천천히 느리게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쁜 일상에 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나무를 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들을 보면 그들의 습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호, 흠! 그렇게 너무 서두를 것 없어.
흠, 하지만 너희들은 꽤 성급한 족속인 것 같군. 그렇게 나를 믿어주니 고맙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한꺼번에 다 털어놓는 게 아냐. 여기엔 엔트들이 아주 많다구. 아니, 엔트들에다가 엔트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엔트가 아닌 것들도 더 있다고 해야겠군. 괜찮다면 너희들을 메리와 피핀이라고 부르겠어. 좋은 이름인데. 난 내 이름을 알려줄 생각이 없네. 어쨌든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
나무수염의 두 눈에 초록빛이 어렸고, 그와 함께 반쯤은 야무진 듯하고 반쯤은 익살스러운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우선 내 이름을 알려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 내 이름은 내내 자라고 있다네. 그리고 난 아주 아주 나이를 많이 먹었지. 따라서 내 이름은 한 편의 얘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야. 우리 말, 해묵은 엔트 족의 말에서 본명을 말하자면 그 이름에 관계된 이야기를 다 하게 돼 있지. 아주 훌륭한 말이긴 하지만 엔트어로 무슨 말을 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말을 하고 듣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린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면 아예 엔트어로 말을 하지 않아. 그런데.... <반지의 제왕 3권 p. 96>
---------------
내 종족 일부엔 이제 나무와 똑같이 보이는 이들도 있지. 그러니 그들의 잠을 깨우려면 힘이 들 거야. 그들은 속삭이는 소리로만 말을 한다네.
---나무를 깨우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또 나무들이 하는 말을 배우고 하는 건 요정이 시작한 일이었어. 요정족들은 언제나 모든 사물과 얘기를 하고 싶어 했거든.. 그러다 거대한 암흑이 닥치자 요정들은 바다 건너로 떠나거나 먼 골짜리고 달아나 깊숙이 숨어버렸지.
그 시절 대기의 향기라니..
난 일주일 동안 숨만 쉬면서 보내기도 했지.. <반지의 제왕 3권 p. 101>
나무들의 일주일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마는.
근처의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릴없이 서두르는 발걸음을 조금 조절하게 된다.
나무는 안전 속도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