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천(澗泉) naganchun 2020. 5. 2. 08:58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33) 때(時)와 뜻(意)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형상들은 마치 자신의 눈에 최초로 인시된 듯 선명하면서도 영원한 세월을 살아온 것처럼 고풍스러워 보였다. 그것들은 황금색, 흰색, 청색, 녹색 등 모두 그가 알고 있는 색채였으나 마치 그 순간 자신이 처음 인식하여 새롭고도 놀라운 이름을 붙여주기라도 한 것처럼 신선하고 선명했다.

지상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것엣 흠이나 병이나 기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로리앤의 땅에는 오점 하나 없었다.

정말 화창한 날씨인뎁쇼. 전 요정들이 모두 달빛과 별빛 속에만 돌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곳을 보니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 요정다워 보이는군요. 꼭 노래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에요. <반지의 제왕 2권 p. 213>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로리앤의 땅은 요정나라이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지상낙원인가 싶다. 근심 걱정이 없는 곳인가 보다.


어쩌면 우리가 요정인지도 모른다. 요정 나라로 여겨질 정도로 좋은 세상에 살면서도 좋은 줄 모르고, 불평불만만 하는 요정인지도 모른다. 

 

요새 참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노동절을 앞두고 물류센터에 불이 나는 사고로 인명피해가 많았다. 일하러 나온 사람들 마다 마다 절절이 사연도 슬픈데, 노동자를 위한 날은 아픈 뉴스로 가득이다.


그리고 노동절을 필두로 황금연휴를 맞이한 사람들은 좋은 날씨에 이끌려서 산과 들로 나들이를 나섰다. 지리산 천왕봉 근처에 등산을 하던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서 헬기가 떴는데 어떤 사고로 인하여 불시착을 하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났다는 뉴스도 전해진다.

우리가 너무 좋은 계절에 취해 있거나, 나만 좋은 시절 다 차지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함일까? 조물주의 뜻일까? 사람을 일깨우는 뜻(意)은 때(時)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