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기타/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25) 복면 세상 : ‘마스크를 안 하면 탑승할 수 없는데요!’

간천(澗泉) naganchun 2020. 3. 2. 05:54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25) 복면 세상 : ‘마스크를 안 하면 탑승할 수 없는데요!’




요즘은 정말 시절이 이상도 하군! <반지의 제왕 3권 p. 42>


이번에도 ‘이상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속이 불편하다고 해서 설사약을 사려고 약국에 들어서려는데 약국 문에 ‘마스크를 안 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문 밖에서 주저주저 하다가 문을 빼꼼히 열고,

‘(저는 아쉽게도) 마스크가 없고요, 혹시 마스크가 있나요?’ 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약사 역시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냥 제스처로 없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할 수 없이 약국 안으로 들어서지도 않고 문을 닫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가서 문을 열고 ‘설사를 진정시키는 약을 줄 수 있냐’고 했더니 들어오라고 하면서 약을 준다. 약을 사가지고 나왔다.


거리에는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다. 한 둘 나처럼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은 눈총을 받는 기분이 든다.


또 한 가지 사례다.

통근 버스를 탈 때,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탑승 불가한다’ 라는 통보 문자가 회사 측으로부터 왔드랬다. 그래서 아침에 나설 때 마스크를 준비했다. 통근버스를 타는 줄을 서고 그 불편한 통근버스 탑승 인증 앱을 가동하고 승차를 한다(지난 번 앱관련 기사 참조).

하나 둘씩 차례로 그렇게 탑승을 하는데 중간에 처음 출근한다는 분이 계셨다.

앱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몰랐겠지만 마스크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탑승 차례에서 약간의 시간 지연이 발생하자, 뒤에서 탑승 차례를 기다리던 여자분이 최촉(催促) 하듯이 당차게 말을 한다.

‘마스크를 안 하면 탑승할 수 없는데요!’ 라고 누군가를 향해서 고발을 하는 뉘앙스로 들리게 큰 소리로 말한다.

그녀 앞에 서 있던 남자 분은 운전기사님의 도움으로 버스에 비치된 마스크를 받고 드디어 승차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조금 안타까웠다.


마스크 안 한 사람은 탑승 불가요!

요즘은 정말 시절이 이상도 하군!


왜 꼭 그렇게 큰 소리로 사람 바로 등 뒤에서 그렇게 고자질 하듯이 말을 해야 했을까?


어쩌다 마스크를 하는 것을 잊을 수도 있고, 구하지 못해서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탑승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그 공지사항을 몰랐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 시절에 공중 보건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 사항이다. 하지만 일부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나하고 다르면 별 생각없이 틀리다고 단정 짓고, 내치려는 습성이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마스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품귀 현상이다.

사재기를 하는 어떤 사람들도 있고.

이런 세상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매일 착용해야 하는 이 물건이 동이 날 수밖에.

이렇게 마스크가 환대를 받던 세상이 또 있었던가.


요즘 세상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