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스마트링과 절대반지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20) 스마트 링과 절대반지
반으로 나누어 끼는 가락지라는 뜻의 반지半指(ring)는 장신구의 일종이다. 가락지는 총 2개의 원으로, 한 쌍을 이루는 것이고, 반지는 그중 하나만 끼우는 것이기에 '반지'라고 한다고 한다.
팔찌와 더불어 왕권의 상징이기도 반지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봉인용 인장 반지, 결혼반지, 교황의 반지, 절대반지 등등 다양하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특수한 힘이 깃든 마법의 반지에 대한 얘기는 세계 각지에서 전해져 왔다. 그 반지들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에 나오는 것처럼 세계를 좌우할만한 파워링으로 강력한 무기도 되고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그 반지는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네. 그 힘은 아주 강해서 결국 그 반지를 가진 이는 누구나 그 힘에 짓눌리고 말 걸세. 반지가 사람을 지배하는 셈이지.
프로도, 이 위대한 반지 하나만 가져도 죽음을 타고난 종족이 죽지 않게 된다네. 성장하지도 않고 더 많은 생명력을 가질 수도 없지만 그저 명맥을 유지하게는 되는 거지.
그래서 마침내 모든 순간순간이 권태 그 자체가 될 때까지 말일세.
그리고 만약 그 반지를 이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데 재미를 붙일 경우에는 시들어버릴 수가 있네. 결국에 가서는 영영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서 반지를 지배하는 암흑의 힘이 감시하는 어스름 지대로 들어가게 되는 겆비.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만일 그가 강인하거나 선의를 가진 자라면 시간을 좀 늦출 수는 있을 테지만, 그런 힘도 선의도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는 걸세. 조만간 암흑의 힘이 그자를 삼켜버리고 말게 된다네. <반지의 제왕 1권 p. 75>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안정을 잃고 불안해했지., 잔뜩 잡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이 가늘어진 기분이라고 했다네. 그 말은 그 반지가 점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징조였지. <반지의 제왕 1권 p. 76>
그 모든 반지를 찾기 위한 유일반지, 그 모든 반지를 암흑 속에 가두기 위한 반지는 유일반지뿐
이것이 최고의 반지, 모든 반지를 다스리는 바로 그 유일반지일세. 그자는 오래 전 이 반지를 잃어버렸고 그래서 크게 힘을 잃고 말았지. 그자는 이 반지를 몹시 찾고 싶어 하네..하지만 이 반지는 절대로 그자의 손에 들어가면 안 돼. <반지의 제왕 1권 p. 80-81>
스마트워치에 이은 사물인터넷의 일환으로써 출시되는 상품이다. 블루투스 통화, 파일 저장, 음악 컨트롤러, NFC 페이, 모션 인식 등 작은 사이즈의 반지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스마트 링을 낀 사람은 전화가 왔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반지로 바로 통화를 할 수 있다. USB 메모리처럼 중요한 파일도 저장할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문을 열수도 있다. 반지로 결재를 할 수도 있고 운동 관리도 하고 위험에 처하면 친구에게 몰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반지를 가져다 대기만 하면 마법처럼 일이 술술 풀린다. 일단은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정해진 목록 안에서만 가능하다. 나를 지키고 그저 그동안도 해 왔던 것을 반지라는 작은 매체로 작동을 시킨다는 것일 뿐,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통화를 하고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문을 열고, 결재를 하고. 그런 기능들이 큰 기계에서 점차 작은 기계로 줄어들고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강력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의 진보로 가능해지는 일이 많아지면서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해버리게 되는 지경이 오지는 않을지.
내가 편해지기 위한 스마트 랑이 제가 할 수 있는 도를 넘어서서, 절대반지처럼 이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도구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기술이 진보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반지를 처분하기 위해서 반지원정대가 구성이 될 것이다.
반지에 얽힌 인류의 이야기는 그렇게 둥글게 둥글게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