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고전/장자의 우화

우화 1. 매미와 작은 비둘기는 붕새를 비웃는다.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7:11

우화 1. 매미와 작은 비둘기는 붕새를 비웃는다.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고기가 있는데, 그 크기는 몇 천리인지 모른다. 그것이 변해서 새가 되었는데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그  붕의 등덜미는 몇 천리가 되는지 모른다. 그 놈이 한 번 기운을 떨쳐 날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그름과 같다. 바다 기운이 한 번 크게 움직일 때에 남쪽 바다로 옮겨가려고 하는데 남쪽 바다는 곧 천지(天池)이다.

  제해(齊諧)라는 여러 가지의 괴상한 이야기를 적은 책에도 “붕새가 남쪽 나라로 옮겨가려고 할 때에는 물결을 치면서 3천리를 날은 다음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를 올라가서 유월 달의 바람을 타고 간다.“고 하였다.

 아지랑이나 티끌은 모든 생물이 불어내는 입김이다. 하늘이 저렇게 창창한 것은 저 하늘의 본 빛인가 ? 너무 멀고멀어서 끝이 없는 까닭인가 ? 저 위에서 이 땅 위를 내려다보아도 또한 저러할 뿐일 것이다.

  대개 물이 채워지고 채워져서 깊지 못하면 큰 배를 띄우지 못한다. 한 그릇의 물을 웅덩이에 부어놓고, 하나의 지푸라기를 띄우면 배처럼 뜨지마는 그 곳에 술잔을 띄우면 가라앉고 말 것이니,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람이 쌓인 부피가 두텁지 않으면 저 큰 붕새의 날개를 날리기에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9만 리쯤 올라가면 바람은 그 밑에 있을 것이니, 그런 뒤에야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날아가는 것이다. 그 붕새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니 그러고 나서야 줄곧 남쪽 바다를 향하여 날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매미와 작은 비둘기는 붕새를 비웃어 말하기를 “우리는 느릅나무나 박달나무가지에 날아오르는 것마저도 힘에 겨워 제대로 가지 못한 채 떨어지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멀리 남쪽으로 9만 리나 날아가려고 하는 저놈의 기분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단 말이야.”(장자 내편 소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