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천(澗泉) naganchun 2017. 6. 23. 04:12




17=새로운 여행


새벽 빛 속에서 길가메시는 벗인 엔기두의 유체를 향하여 애도하는 말을 하였다. <위대한 엔기두여, 어머니인 노루와 아버지 당나귀에게서 태어난 영웅이여, 창조의 여신 아루루의 손으로 태어난 용사여, 물과 흙의 축복 속에 자란 나의 친구여, 형제가 걸어온 모든 목장이, 길이, 향목의 숲이, 그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밤낮의 시간을 멈추게 하고 울고 있다. 우루쿠의 모든 백성이 형제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슬퍼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길가메시의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장로들이여, 들어주시오. 신들이여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나는 나의 친구 엔기두의 죽음을 애도하여 울고 있다. 울보 여자처럼 소리를 내어 울고 있다. 도끼며, 활이며, 검이며, 방패를 모두 두고 헐벗은 채로 울고 있다. 나의 친구여 나의 마음을 악마가 와서 나에게서 빼앗았기 때문이다.> 길가메시의 슬픔은 깊고 아무리 위로해도 나아지지 읺았다. <내 친구여, 엔기두여, 산의 라마를, 들의 표범을 사냥하던 용감한 엔기두여, 형제는 이제는 없다. 우리들은 함께 여행하고 함께 싸웠다. 향목의 숲의 훈바바를 눕히고 천우를 눕혔다. 그러나 지금은 형제를 덮치고 있는 잠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둠에 싸여 나의 소리는 형제에게 닿지 않는다.> 하고 말을 마치자 길가메시는 엔기두의 심장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그 심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길가메시는 엔기두의 몸에 색시가 걸치는 엷은 보를 덮었다. 그리고 머리에 두 손을 댄 길가메시는 아기를 잃어버린 사자처럼 울었다. 머리카락을 당기고 엔기두의 몸 둘레를 돌며 짐승처럼 울었다. 길가메시의 몸을 장식하고 있는 모든 물품을 찢고 주위에 던졌다. 그는 새벽까지 울었다. 견줄 데도 없는 깊은 슬픔 속에 차차 길가메시의 마음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길가메시가 처음으로 느낀 공포심이다. 엔기두가 죽은 것처럼 어느 날 돌연 자신도 죽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공포가 길가메시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닦아도 닦아도 닦여지지 않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길가메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새벽과 함께 일어난 길가메시는 여행 준비를 하였다. 에라무마구의 나무로 만든 커다란 책상 위에 여러 가지 물건을 운반해 두었다. 홍옥석으로 된 병에는 꿀을 채웠다. 청옥석으로 된 병에는 버터를 가득 채웠다. 큰 고기는 육포를 만들었다. 길가메시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고도 슈룻바그의 신성한 왕이고 현자인 제우스트라를 만나러 가려고 생각했었다. 제우스트라만이 불사의 비밀을 아는 인간이었다.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여행할 것을 결심하였다. 길가메시는 벗이었던 엔기두의 유체를 향하여 다시 한 번 격하게 눈물을 흘린 다음 우루쿠의 성을 뒤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