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 전설/소설 길가메시서사시

제15장=천우와의 싸움

간천(澗泉) naganchun 2017. 6. 21. 02:04




15=천우와의 싸움


천우가 우루쿠에 풀어놓아졌다. 우루쿠를 지키는 성벽 위에서 길가메시와 엔기두는 천우가 주변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살육하면서 성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성벽 밖에는 우루쿠가 자랑하는 정예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수는 1000명이다. 이 정예군을 목표로 천우는 회오리바람처럼 모래 먼지를 날리며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천우의 크기는 작은 산만큼 하였다. 푸른 보석 같은 뿔에서 예리한 창 같은 빛을 발하며 점점 성벽으로 다가왔다. 정예군이 일제히 천우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순간 정예군은 패퇴하여 시체가 우루쿠의 대지에 쌓였다. 이대로는 정예군이 전멸하고 말 것 같다. 그 때 <길가메시여 여기는 나에게 맡겨라.> 엔기두가 그렇게 말하고 성벽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엔기두에 눈치를 차린 천우는 엔기두를 향하여 코로 죽음의 숨을 내쉬었다. 엔기두는 그 숨을 피한다. 천우는 다시 숨을 내쉬었다. 엔기두는 그것을 피한다. 천우는 크게 한숨을 참고서 엔기두를 향하여 세 번째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전신의 힘을 다하여 엔기두에게 달려들었다. 이 공격을 예감하고 있던 엔기두는 그 몸을 하늘 높이 도약시켜 천우의 공격을 물리쳤다. 그리고 대지로 내리는 순간 천우의 두 뿔이 좌우로 달려들어 크게 상처를 냈다. 천우는 거품을 풍기며 땅에 떨어졌다. 대지가 두세 번 크게 흔들렸다. 엔기두가 성벽에 있는 길가메시를 향하여 소리 높이 말하였다. <나의 친구여, 우리는 이겼다. 우리는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엔기두는 허리의 검을 빼고 천우의 급소인 뿔과 이마 사이를 깊이 검을 찔렀다. 천우의 죽음을 확인한 엔기두는 머리에 찔린 검을 빼고 천우의 가슴을 잘라내었다. 그 속에서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는 천우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것을 잘라낸 엔기두는 바른 손에 천우의 심장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포효하였다. 그에 답하는 우루쿠의 성벽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우루쿠성에 돌아온 엔기두는 천우의 사체를 성벽 위에 두고 심장만을 손에 들고 길가메시와 함께 우루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 깊숙이 있는 태양신 샤마슈 상 앞에 꿇은 두 사람은 천우의 심장을 바치고 샤마슈에게 감사의 예를 드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벽 위에 올라서 거기에 앉아 서로 칭찬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슈탈이 하늘에서 성벽으로 내려와서 두 사람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저주를 받아라. 길가메시여 나를 모욕하고 천우를 죽인 길가메시여 엔기두여 저주를 받아서 죽는 게 옳다.> 이슈탈의 저주를 들은 엔기두는 곁에 있던 천우의 사체에서 고기를 잘라내어 이슈탈의 얼굴에 내 던지며 소리쳤다. < 만일 너를 붙잡을 수가 있다면 천우처럼 그 몸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길가메시와 엔기두를 적으로 해서는 이슈탈이라도 이길 수가 없다. 이슈탈은 자신에게 던져진 천우의 살을 가지고 천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상으로 돌아간 이슈탈은 유녀나 궁녀들을 모두 모았다. 그리고 천우의 고기를 앞에 두고 이슈탈들은 탄식하며 슬퍼하였다. 같은 무렵 우루쿠 성 밑에서는 승리의 축제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 길가메시는 우루쿠 성내의 직공들을 모아 천우의 사체를 공개하였다. 직공들은 천우 뿔 두 개를 경탄하였다. 그 뿔은 가장 고가의 청옥으로 되어있었다. 하나의 뿔 속에는 1500리터의 향유가 들어 있었다. 직공들은 그 향유를 그들의 신인 루가루반다에게 바쳤다. 길가메시와 엔기두는 각각 그 뿔을 자기의 방에 장식했다. 그리고 유푸라데스강에서 손을 씻고 개선 파레이드에 임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우루쿠의 시가를 행진하였다. 우루쿠의 민중은 한 눈이라도 그 영웅의 모습을 보려고 모여서 열광적으로 두 사람을 맞았다 길가메시가 모여든 사람들에게 물었다. <영웅들 중에 누가 가장 멋진가? 인간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한가?> 사람들은 모두 답하였다. <길가메시왕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영웅입니다. 엔기두야말로 가장 훌륭한 인간입니다.> 민중의 답에 만족하여 성으로 돌아온 길가메시와 엔기두는 궁전에서 훌륭한 축전을 올리고 새벽까지 축하했다. 미주로 취한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서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