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길가메시의 우울
제7장= 길가메시의 우울
엔기두를 벗으로 얻은 길가메시는 딴 사람처럼 국정에 힘썼다. 우루쿠 신전을 개축하고 우루쿠의 시가를 정비하며 사람들을 괴롭힌 악법을 개정하여 길가메시에게 여성에게로의 폭력을 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윽고 길가메시는 명군으로 칭찬을 받게 되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존재로 변해갔다. 우루쿠 나라에 참 평화와 안정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에 반하듯이 길가메시의 마음속에는 우울한 생각이 점차 축적되어갔다. 길가메시는 우루쿠에서의 안락한 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길가메시의 몸에 흐르는 씩씩한 피가 그에게 모험을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온화한 햇볕이 우루쿠의 성을 비추고 있는 어느 날의 일이었다. 길가메시가 엔기두에게 말하였다. <엔기두여, 조금 할 말이 있다.> <할 말이란.> 엔기두가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엔기두에게는 길가메시의 이야기의 내용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예감이 있었다. <향목의 숲에 사는 괴물 훈바바를 퇴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 그런 엄청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길가메시여.> 놀란 엔기두가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훈바바는 멀리 떨어진 향목의 숲에서 나쁜 공기를 우루쿠로 보내고 있다. 우루쿠의 백성들을 위하여 그것을 정벌하는 것이 왕으로서의 나의 역할이다.> <그러나 길가메시여, 훈바바는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는 신인 엔리루가 향목의 숲을 지키기 위하여 임명한 자연신의 한 사람이다. 인간이 향목의 숲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인간이 무서워할 만큼 괴물로 창조 되었다. 그런 곳에 어째서 좋아해서 가려고 하는가.> 엔기두는 길가메시의 말에 강하게 반대하였다. 실은 엔기두는 야수들과 산에서 살 때에 한 번 향목의 숲에 간 일이 있다. 엔기두는 말을 이었다. < 나의 벗이여, 길가메시여, 나는 산에서의 생활에서 한 가지 체험을 하였다. 그 때의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야수들과 먹이를 찾아 멀리까지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눈치를 차리고 보니 나는 향목의 숲에 들어가 있었다. 향목의 숲은 1000킬로 미터이상이나 되는 멀리 있는 넓은 땅이었다. 그 때 마치 홍수가 밀려오듯이 부르짖는 소기가 들렸다. 아득히 먼 곳에서 훈바바가 소리 지른 것이다. 훈바바의 귀는 이상할 정도로 잘 들려서 600킬로미터 앞의 짐승이 숨 쉬는 소리마저 들을 수가 있다. 훈바바의 입에서는 불이 품겨져서 그 숨을 마신 것은 순식간에 죽는다. 훈바바란 그런 정도로 무서운 괴물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벗이여 길가메시여 훈바바를 퇴치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다오.> 엔기두의 뺨을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적셨다. 엔기두는 길가메시의 몸을 걱정하여 필사적으로 그의 원정을 막으려 하였다. <엔기두, 왜 눈물을 흘리는가. 나의 제안은 그럴 정도를 너를 슬프게 하여 괴롭히는 일인가.> <나의 벗이여, 길가메시여, 나는 아득히 멀리 있는 훈바바를 무서워하여 팔의 힘이 빠지고 다리가 떨리어 움직일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저 숲속에까지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하는가.> 엔기두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길가메시는 설득하듯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친구여, 태양의 바탕에서 영원히 생명을 지속하는 것은 신들뿐이다. 우리들 인간에게는 그 생명에 한계가 있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한 순간의 바람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허무한 것이다. 그러니 그 한 순간을 어떻게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너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 정도의 용기와 강한 힘을 가진 영웅인 엔기두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길가메시가 한 번 숨을 쉬었다.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너는 나의 뒤를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뒤로 말이다. 길가메시여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응원만 해주면 된다. 그러니 함께 가자. 나의 벗이여. 만일 내가 쓰러지면 나의 이름은 영원히 남아서 사람들 사이에서 말하게 될 것이다. 길가메시는 무서운 훈바바와 싸워 명예로운 죽음을 했다고 말이자. 나의 자손 대대까지 나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 틀림이 없다.> 길가메시는 말이 끝나자 엔기두의 얼굴을 똑 바로 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굳은 결심과 싸움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엔기두는 길가메시의 결의가 변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알았다. 나의 친구여, 길가메시여, 벗이 그런 정도로 말한다면 함께 향목의 숲으로 가자. 그리고 함께 훈바바와 싸우자.> 길가메시는 크게 파안하여 웃었다.